예전에 한창 머피의 법칙이 유행했을때, 머피의 법칙을 책으로 모아서 출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문구중에 한문장이 이겁니다.
'납득시키지 못하면 혼란을 시켜라.'
어떤 논지를 가지고 할때는 어떨때는 꽤 장기적으로 혼란을 시키고 판단을 흐리게 하도록 유도를 하고, 그다음에 자기 주장을 조금씩밀어넣는 방법은 이제 고전에 가깝습니다.
혼란이란 무엇인가..하면 순간적이라도 제대로 된, 정상적인 사고를 멈추게 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노련한 협상 전문가들은 이 틈을 타고 반격을 하는 것이죠.
1:1 대화에서 이 혼란의 스킬은 가지각색입니다. 여자분들 중에는 뭣하면 아예 울어버려서 사람 난감하게 하면서 그걸 자기 무기로 쓰는 사람도 있죠.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여자들중에 상위권이더군요) 아니면 살살거리면서 상대방의 기분을 이완시킨다거나, 급작스러운 감정변화를 하게 한뒤에 바로 그 틈을 타고 조용히 반격을 하죠.
어제 한바탕 인터넷 곳곳에서는 음모론 소설이 책 10권분량은 될 정도로 쏟아져 나왔지 않나 싶습니다. 이중에 대부분은 '혼란'의 스킬에 당했다고 보는편이 맞을겁니다. 대충 하루 지나니까 여러 반격글들이 올라오면서 수습되는 분위기였습니다만..
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죠.
1.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서 현 정부와 여당, 그리고 검찰에게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안겨지게 된다.
2. 사실상 이들이 반격할 카드는 전무하다. 기본적으로 한국이라는 나라는 죽음에 대해서 가장 관대해지는 국가중에 하나이다.
3. 섣불리 반격했다가는 현재 국민 정서상 몇배의 부담이 역공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것은 누가봐도 뻔한 상황이다.
4. 반격의 기회를 찾던 도중 경호원의 진술에서 공백이 있음을 파악, 인지한다.
5. 팩트를 조금씩 흘린다. (1. 경호원의 진술에 문제가 있었다? 2. 뭐가 하나 잘못된 조각이보이네. 3. 어라 이거도 좀 이상하네? 4. 기타등등 반복에 반복.. 5. 슬슬 추측성 기사도 한두개씩 보인다.)
6. 전체적으로 큰 그림으로 보면 무언가 감춰져 있을 것 같은 냄새를 풍기게 만들게 한다. 이를 확증하는 증거중에 하나가.. 이 허점에 관한 보도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은 우리가 말하는 기득권 언론이었다.
7. 이것은 오래끌 사안은 아니고 순간적인 혼란을 주기위한 장치였음을 인지를 해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타살설이 입증되려면 타살을 공모한자 = 가장 이득을 본 계층이 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민주당+친노계열이 가장 빛을보고 있다..라는 가정이 성립한다. 유시민씨가 울면서 사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암살했다..정도 나오면 시나리오 라이터로써 꽤 괜찮은 기질이 보인다고 생각하겠습니다.
8. 이시점에서 슬쩍 검찰총장 사퇴이야기가 흘러나오고, 빠른시일내에 사퇴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게 한다.
9. 그리고 혼란이 끝나갈 시점에서 어느순간에 미디어의 포커스는 거짓증언을 하게 된 경호원에게 초점이 쏠린다. 마치 직무유기로 전임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한 무능력한 사람때문에 아까운 사람이 희생된 것 같이 포장이 되어버린다.
10. 사실 근본적으로 고인이 자살을 결심하게 된 원인은 검찰이 펴 놓은 딜레마의 덫에 걸려들어서.. 이 딜레마를 깨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선택한 답안이었고, 결과적으로는 아주 멋지게 덫을 깨부수었으나.. 너무나도 큰 희생이 뒤따르게 되었습니다.
(이 딜레마에 관한글은 어디 뒤져보면 나올건데 지금은 못찾겠군요.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1. 도덕적으로는 책임을 피할 수 있으나 사법처리는 불가피한 상황. 2. 사법적 처리는 면할 수 있으나 도덕적 멍에가 지우게 되는 상황으로 몰아가기.)
11. 그 글에도 나와 있지만 사실 이런 함정수사는 그들이 말하는 '전직 대통령'의 예우와는 엄청나게 동떨어진.. 좀 심하게 말하면 전쟁중일때 적의 참모를 떨구기 위한 수단으로써 쓰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점이 현재 정권의 비열함이나 천박함을 드러내는 면이 아닐까 합니다.
12. 오늘까지의 상황을 보면 어느정도 혼란의 스킬 시전은 절반의 성공인것 같고, 이상황에서 북핵문제까지 터져 주면서 실질적으로 시선분산을 시키려는 의도는 여러군데서 감지가 됩니다. 그중에 한나라당의 안상수 의원의 발언은 실책에 가깝죠.
13. 진실에 대한 탐구는 실질적으로 집에서 인터넷 뒤져가면서 여러 팩트들을 조합해서만은 결코 얻을 수 없다..가 제 지론입니다. 정말 자기 눈으로 확인을 하고, 발로뛰면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몸으로 느끼는 상황에서의 과정은 퍼즐조각을 맞추는데 키 코드가 되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자판만 두드리면 우주도 정복이 가능합니다.
14. 그래도 못믿겠다면 지난뉴스보기나 뭐 그런걸로.. 경호원이나 죽음에 관한 과정에 대해서 어떤신문이 얼마나 자극적으로 보도를 하고 있는가를 찾아보시면 의도는 뻔하게 보입니다. 그 신문들은 자기들 이익이랑 반대된다면 아주 과감하게 기사 자체를 안내보냈던 동네니까.. 알기쉽죠.
15. 여기서부터는 제 추측인데.. 그네들이 장기적으로 노리는 것은 현재 석연찮아 보이는 빠진 퍼즐조각에 대한 추측을 주기적이나 비 주기적으로 흘리면서.. 현재의 관심사를 점점 미시적으로 옮겨가게 하고, 그리고 본질을 흐리게 하기 위한 작업을 이미 착수했다고 보여집니다. 아마 검찰관련 이야기도 그네들은 최대한 자제하거나 일정 논지를 가지고 보도를 하게 될 것입니다.
16. 약간 딴소리인데.. '자칭' 보수세력의 멘토라 할 수 있는 존재는 박정희 전 대통령입니다. 29만원이나 물취급 받았던 사람이나 03씨는 워낙 화려해서 감추고 싶어하는 인물에 가깝죠.
이인제씨는 한때 박정희 코스프레 했다가 한번 망했고.. 박근혜씨는 뭐 그대로 존재 자체가 아이콘이며.. 현 대통령도 기회가 있으면 박정희 코스프레를 시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여러 사진에 나와있습니다. 문제는 그중에 절대다수가 인터넷에서 희화화 되고 있다는게 문제지만요.
사실 박정희 = 경제를 살린 대통령 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인데 대한민국의 기초 치수사업을 공고히 한점은 분명 평가 받아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수출입 통계만 보면 03시절의 적자폭이랑 비슷합니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흑자로 돌아선 것은 김대중정부의 문민정부부터였고, 노무현대통령 시절에는 대한민국역사상 가장 큰 폭의 흑자였습니다.
그런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박정희라는 인물에게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는 이유중에 하나가 임기중 서거라는 사태로 인해서, 보수세력(이라 지칭하는) 사람들의 멘토가 됩니다. 현재로써 3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건재하죠. 그리고 잘먹힙니다. 아직까지.
17. 그런데 노무현이라는 사람의 죽음으로 '진보진영'의 아이콘이 생깁니다. (진보라 쓰지만 전체적으로 노무현이라는 사람과 그분이 재직했던 정부성향을 들여다 보면 중도우파에 가깝습니다. 좌파라고 할 껀덕지는 어디서도 보기 힘든게 아이러니 한 사실.
민주당정도면 외국가면 잘봐야 중도우파입니다.) 이것은 (자칭)보수진영에서 절때 나오지 않았어야 하는 카드가 되겠습니다.
이건 제가볼때 최소 50년은 너끈한 필살기거든요. 일시적이긴 하지만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대폭락하고, 현대통령의 지지율이 또 곤두박질 쳐버리게됩니다.
18. 이것이 단순한 자살로 인지되는게 아니라.. 앞서 말한 정치적 보복에 의한 딜레마의 덫을 깨기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시행한 상황이 되면서, 박정희의 암살보다 더 강력한 카드인 '순교'의 형태가 됩니다. 의학적으로는 자살일 수 있으나 정치적으로는 순교자가 되는 상황이고, 그런 상황에서 그가 하려 했던 이상이나 의도가 다시한번 강하게 인지가 됩니다.
19. 처음으로 돌아와서.. 이 가장 강력한 상태로의 형상화는 시일이 지날수록 강하게 각인 될 것은 이미 여러 역사적 사실에서도 증명이 된 상태라서 이것과 반대되는 이익을 가진 쪽에서는 초반부터 다시 멍에를 씌울 필요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중에 하나 걸려들었던 것이 그 잃어버린 조각놀이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20.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게 써먹는 인간의 심리학적 특성으로 착각을 들 수 있는데.. 아주 간단합니다. 초반에 어떤 팩트를 흘려줌으로써 그 조각을 맞추면 무언가 어떤 의도한 상황으로 유추가 가능하게 떡밥을 던지고, 이것을 일정시간 이상 물게되면 당사자는 이것을 진실로 믿어버립니다. 이과정에서 중요한것은 자신이나 믿을만한 사람의 일정이상의 참여를 시키게 만듭니다. 그러면 확실한 자기논리로 무장이 되게 되고, 그것은 본인에게 진실이 됩니다.
21. 이미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순간부터 기존의 팩트가 연장이 되어서 실질적인 진실이 되어도 그 사실을 믿지 않게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그리고 서로 반대되는 주장들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보통의 인간은 자기논리를 강화하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동굴속으로 들어가버리게 된다는 것이죠.
22. 이것이 그네들이 의도하는 약간의 틈입니다. 이 틈이 어느정도 굳어지면.. 그다음은 쉽습니다. 일요신문이나 월간 시사잡지 같은데서 일정 주기동안 그 죽음에 대한 미스테리 떡밥을 던지면서 은연중에 흠집내기를 하게 됩니다. '진실'을 말한다는 취지를 하면서 사실은 아주 빙빙 돌려서 속칭 '까기'를 시전하는 것이죠. 이것또한 우리는 한 2~30년 동안 질리게 봐온 패턴입니다.
23. 결론은 간단합니다. 큰 틀에서 사건의 인과관계만 파악되면 잔가지들은 어떻게 보면 배열의 문제 밖에 되지 않는 다는점입니다. 현재 팩트가 1-4-2-3의 상황으로 놓여져서 혼란스러워 보이는 것을 1-2-3-4로 놓아주면 그 혼란은 사라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계속적인 의문을 품게하면서.. 시선을 큰 그림으로 부터 멀어지게 하려는 것이겠죠.
24. 흔히 말하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수준높은 정치소양'을 가지려면 이런 말초적인 떡밥에 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한 20여년동안 하도 던져서 상해버리기 까지 한 북한남침 소스는 너무 남발하는 바람에 (그리고 예전에 총풍사태로 인한 역풍도 한몫해서) 쉬어버려서 어떨때는 좀 너무 둔감하지 않게 되었나..싶을 정도의 자극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이런 각자 개개인의 사고를 요하게 만들면서 혼란에 빠뜨리게 되는 '유도형 떡밥'에는 아직 취약한 점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떡밥이 강력한 이유는 이중에는 실제로 진실로 되는 경우도 적잖게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얻어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요.
25. 인터넷의 토론이나 집단지성이 흘러가는 과정은 꽤나 와일드합니다. 한번씩 보이는 수준높은 글들부터.. 3류선동글에 가까운 문자들이나.. 감정에 격해져서 논지마저 흐려지는 글들로 인해서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 보면 시쳇말로 '개판 5분전'입니다.
실제로도 이 타살설 음모론이 나온 날 오후부터는 '떡밥에 걸리지 마셈 우걱우걱.'이라는 글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공통 방향이 일치하는 상황이면 이런 약간의 접촉사고성 트러블은 방향을 재조정하게 됩니다.
단지 이제는 필요한 단계가 너무 감정적 대립과 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 = 적 = 제압해야 할 대상 이라는 단순논리로 상대하면서 감정적 언사나 필요이상의 적대적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은 조금은 성숙해질 단계가 다가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모든 싸움의 기술이 그러하지만, 힘이 같은 상황에서는 먼저 흥분하고 이성을 잃는쪽이 당장은 강해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불리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실질적으로 이 떡밥도 심히 흥분한 상태에서 덥석 던져준 상황이고 시간적으로 약 하룻동안 아주 신나게 걸려든 케이스라고 생각을 합니다.
26. 그렇다고 현재 나온 모든 의문들에 대한 물음에의 부정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빨때 사건'과 조치 과정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경호원의 '어리버리함'을 문제삼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의문들은 큰틀에서 사건 범주에서는 벗어나지 않는 범위가 됩니다. 망말로 모든 가능성을 다 고려하면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죽음으로써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는 존재는 민주당이나 친노계열, 외부로 눈을 돌리면 북한 정도나 이익을 볼 집단입니다. 그런데 그정도로 막장 드라마는 아니니까요.
마치며
짧게 쓰려 한글인데 쓰다보니까 좀 길어졌군요. 뭐 사실 기분 꿀꿀한 상황에서 별로 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던게 현재의 심정인데.. 그냥 쓰다보니 좀 수다가 길어졌다고 생각하시면 속편하시리라 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아마 굳이 정치적인 셋법이 아니더라도, 이 혼란에 대해서는 일상의 여러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설득의 스킬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순간적인 혼란에 빠지지 않으면서 자신이 추구하거나 혹은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조금은 멀리, 혹은 크게 보는 안목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람이라는게 아플수록 성숙해진다고.. 모두가 아파하는 이때에 조금만 더 성숙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이만 줄이겠습니다.
# by ki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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