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16일 수요일

MBC 무한도전 - 미필적 고의의 허접 지향 오락프로

MBC 무한도전 - 미필적 고의의 허접 지향 오락프로 블로거 기자단 뉴스에 기사로 보낸 글 | ▒ 남로당 쾌락상승 ▒
2006.08.11 09:16

 

 

 [남로당 TV가이드] 미필적 고의에 의한 허접 지향 오락 프로그램

 

MBC 무한도전(토요일 오후 6:45 ~ )


 

공간 : 철수의 자취방
부스스한 머리로 이불 속에 들어가 눈곱을 떼고 있는 철수. 그 옆 정장 차림에 남색 스커트를 입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영희가 보인다. 철수 텔레비전 리모컨 이리저리 돌리다가 MBC 예능프로 ‘무한도전’이 나오자 리모컨 내려놓고 텔레비전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옆에서 그 모습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영희.


영희: 저녁 먹으러 나가자며? 왜 또 열혈 시청 모드로 바뀌는데?

철수: 이것만 보고 나가자. 이거 오방 웃겨. 요즘 하는 예능 프로 중에서는 이게 젤 웃긴단 말이야.

영희: 이 테레비 오타쿠야! 니가 안재밌는 게 어디 있니? 그리고 유재석이, 박명수, 노홍철이 맨날 TV만 켰다하면 떼로 몰려나오는 인간들이 또 나오는 프론데 뭐가 젤 웃겨? 다 그 나물에 그 밥이지!

철수: 어허 같은 재료라도 그 요리법에 따라 맛이 천양지차로 달라지신다는 걸 아셔야지. 무한도전은 여태까지 나온 예능프로하고는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니까.

영희: 니가 회사 잘리고 테돌이 생활 1년 만에 궁극의 경지에 이르렀나 보구나. 그래서 저 프로가 다른 예능 프로들하고 뭐가 그렇게 다른데?

철수: 일단 저 무한도전은 말이지. 주력 게임이나 미션이 없어.

영희: 주력 게임이나 미션?

철수: 그렇지. 봐봐 상상 플러스는 세대 간에 단절되어 있는 단어의 의미를 누가 먼저 알아맞히나 하는 게임이 주축이잖아? 엑스맨 같은 경우엔 같은 팀원 중에서 적 팀을 이롭게 하는 첩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미션이 있고……. 또 뭐 여걸 식스 같은 경우엔 쥐잡기 같은 레크리에이션 게임 같은 게 떠오르잖아? 하지만 무한도전은 말이지. 그런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라 할 만한 주력 게임이나 미션은 존재하지 않아. 존재하는 거라고는 마당극처럼 휭하니 펼쳐져 있는 스튜디오 하나하고 그 안에서 지들 마음대로 찧고 까부는 여섯 명의 광대들뿐이지.

 


영희 : 왜 저번에 잠깐 보니까 단어 거꾸로 하는 게임 같은 거 열심히 하던데? 텔레비전 하면 옆 사람이 전비레텔 뭐 이렇게 외치는 거.

철수 : 아 ‘거꾸로 말해요 아하’를 말하나 보구나. 그 코너 폐지된 지 오래 되었어.

영희 : 그래? 꽤 웃기던데 왜 폐지되었지?

철수 : 무한도전의 장점은 그들만의 독특한 게임 진행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부딪히는 별난 캐릭터들 간의 충돌에 있다는 걸 제작진이 깨달은 거지. 그런 측면에서 ‘거꾸로 말해요 아하’가 폐지된 건 무한도전이 여타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단계 진화되었다는 걸 의미해.

영희 : 진화?

철수 : 그래 분명히 진화된 측면이 있어.

영희 : 진화라는 단어는 니가 쓰기엔 너무 고급한 단어 아니니? 넌 회사 잘리고 나서 꾸준히 퇴화를 거듭하고 있잖아? 너 진화 한자로는 쓸 줄 알아?

철수 : 닥치고... 다른 예능 프로 같은 경우엔 게임의 전형성에 갇혀서 캐릭터들이 뻗어나갈 여지가 그리 크지 않는 편이야. 예를 들어서 유재석 같은 경우엔 사회자로서의 롤이 워낙에 커서 다른 프로에서는 자신의 캐릭터를 보여줄 여지가 거의 없지. 하지만 무한도전에서만큼은 무늬만 사회자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자기 고유의 캐릭터를 보여줄 공간이 넓어. 유재석의 경우엔 소심하고, 게임하면 맨날 지고, 다른 멤버들한테 골탕 먹는 캐릭터. 박명수 같은 경우엔 화 잘 내고, 이기적이고, 투덜대는 캐릭터. 정준하 같은 경우엔 무식하고, 힘 세고, 잘 삐지는 캐릭터, 노홍철 같은 경우엔 말 많고, 정신없고, 나이 많은 사람한테 말 함부로 하는 캐릭터. 하하는 철이 없고, 자기가 멤버들 중에 제일 잘생겼다고 믿고, 약간 유들대는 캐릭터. 그리고 정형돈 같은 경우가 좀 특이한데 초반에는 어린 뚱보, 건방진 뚱보 같이 시건방진 캐릭터로 밀다가 정준하가 들어오면서 캐릭터가 확 무너졌거든. 그래서인지 요즘은 프로그램에 도움이 안되는, 있으나 마나한 캐릭터로 돌연 캐릭터를 바꿨더라고.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들을 한 공간에 몰아놓고 아무거나 니들이 하고 싶은 거 하라고 내비두는게 무한도전만의 특징이야. 정말 아무거나 다 한다고, 개그 콘서트에 나오는 콩트를 따라 하기도 하고, 지들끼리 설정극도 하고, 멤버들 사이에 누가 제일 잘생겼나, 누가 제일 섹시한가 같은 앙케이트도 하고, 하다못해 저번엔 할 게 없으니까 쿵쿵따까지 하더라고.

영희: 그러니까 게임이 얼마나 중요한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게임을 통해 고유의 캐릭터 성을 얼마나 잘 드러낼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한 거구나?

철수: 그렇지. 요즘하고 있는 멤버들 간의 신변잡기를 뉴스 식으로 꾸며서 내보내는 코너가 그 극점을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어. 정준하가 술 산다고 자기 가게에 멤버들을 초대했으나 아무도 안가서 혼자서 술을 마셨다던가 그런 식의 잡다구레한 소식들.

영희: 듣고 있으니까 완전 허접들의 마당놀이 같은 프로그램이네? 허접이 여섯 명이 모여서 아무 게임이나 하면서 자기들끼리 아옹다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는 거잖아?

철수: 말 잘했다 허접이. 그렇지! 이 프로그램은 의도적으로 허접함을 프로그램의 정체성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어. 일단 나오는 인물들이 다 하나같이 자신의 허접한 부분을 드러내는데 최선을 다하고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세트나 게임 등 프로그램 전반이 허접 지향, 축소 지향을 강조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어.

영희 : 허접 지향이라고?

철수 : 어 고도의 계산 아래 진행되는 의도적 허접이지. 이건 사실 유재석이 자신의 캐릭터를 강조하기 위해서 아주 오래전부터 써오던 수법인데 무한도전은 프로그램 자체를 허접 지향으로 이끌어가면서 유재석의 성공 요인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거야.

예를 들면 음... 월드컵 때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은 다 뭐했지? 전부 독일 현지로 날아가서 경기장에서 응원했잖아? 하지만 무한도전은 말이지 독일 날아가서 대한민국~ 외치고 이런 거 안한단 말이야. 이놈들은 대신에 방구석 하나에 출연진을 전부 몰아넣어. 그리고 텔레비전 틀어놓고 거기서 응원하라고 시켰단 말이지. 그리고 그 옆방에는 상대국 사람들 -혹은 같은 대륙 사람들-을 몰아넣어 놓고 응원하라고 시켜요. 그렇게 각자 좁은 방안에 틀어박혀서 각자 자기 나라 응원하는 걸 찍어서 방송한단 말이지. 방송으로 내보내기에는 지나치리만큼 제작비도 안들이고 허접하기 이를 데 없는데 말이야. 근데 이게 사람들한테 먹힌단 말이지.

영희: 왜 먹히는 거지? 독일 날아가서 선수들 직접 찍기도 하고 현지 분위기도 전하고 하는 게 훨씬 그림도 살고 재미도 있을 거 같은데 말이야.

 


철수: 친숙함 때문이지. 허접함의 핵심은 사실 친숙함에 있는 거거든. 까놓고 말해서 월드컵 때 독일 가서 직접 응원할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몇 프로나 되겠어? 아주 열성적이거나 혹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둘 중에 하나일거 아니야?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응원하는 게 다라고. 무한도전은 그 지점을 노리는 거야. 우리는 연예인이라고 독일 가서 응원하지 않는다. 당신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방구석에 틀어 박혀서 응원하는 게 고작이다. 이런 식으로 시청자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게 무한도전의 지속적인 시청자 사로잡기 전략인 거야.

요즘하고 있는 여름방학 특집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데... 이놈들은 여름이라고 해외로케 가고 이런 거 안한단 말이야. 오히려 한술 더 떠서 제목은 하와이 특집, 발리 특집이라고 해놓고 경기도 포천의 해수욕장가서 ‘마음만은 하와이에 있다’는 둥 하면서 프로그램의 의도된 허접함을 강조하는 식이지.

영희: 먹고 살기 참 힘들다. 자기가 얼마나 잘났는지 PR하기에도 바쁜 세상에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허접함을 전면에 내세워서 호객행위를 해야 한다니…….

철수: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사람들한테 어필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단 말이야. 우리는 연예인이지만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는 당신 주위의 이웃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많은 약점을 갖고 있는 가련한 존재들이다. 이런걸 어필해서 잘 먹고 잘사는 거지. 유재석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하고 대략 비슷해.

영희: 근데 그런걸 강조하다보면 바닥이 금방 드러나지 않을까? 개성이 강한 사람들은 처음에 보면 신기하고 재미있는데 금방 식상해지잖아? 마치 너처럼…….

철수: 그게 무한도전이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야. 무한도전이 다른 예능프로그램에 비해 멤버교체가 잦은 이유가 사실 그거거든. 유재석처럼 자기중심을 갖고 가면서도 강한 캐릭터에 묻어가는 존재가 아닌 이상 캐릭터들의 부딪힘에는 엄연히 승자와 패자가 갈리기 마련이라고. 그 피해자들이 쿨의 김성수와 개그맨 이윤석 등이지. 그리고 지금 있으나 마나한 캐릭터로 자리가 잡혀가는 정형돈도 꽤 불안하다고 볼 수 있어. 무한도전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르겠지만 다 쓴 건전지를 교체하듯 캐릭터 성이 다된 인물을 다른 강한 캐릭터의 인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갈지 아니면 한 인물 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갈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야.

영희: 박명수처럼 성공한 인물이라고 해도 늘 좌불안석이겠다. 언제 더 강하고 자극적인 캐릭터가 치고 올라와서 자신이 개척한 영역을 침범 할지 모르는 거잖아?

철수: 뭐 그거야 지들이 알아서 할 문제지. 난 나대로 먹고 살기 바쁜 사람이고, 시청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낄낄대는 게 다 니까.

영희: 니가 먹고 살기 바쁘다고? 근데 왜 취직은 안하고 있는 건데?

철수: 내가 못하는 거지 안하는 거냐! 그리고 니가 자꾸 말 시키는 바람에 결국 이번주껀 그림만 봤잖아! 아이씨... 내일 인터넷 들어가서 다시보기 해야겠다.

영희: 잘났다. 한 시간 동안 떠드느라고 고생했고... 배고프지? 빨리 나가서 뭐 맛있는 거 먹자.

철수: 그래... 너 땜에 에너지를 필요 이상으로 방출했으니까 돈은 니가 내는 거다?

영희: 니가 산다며? 이 허접아!!

 

남녀불꽃로동당 명랑사회 건설위
쓰리고3(
3gothree@hanmail.net)

 

* 본 기사는 남로당(www.namrodang.com )에서 제공합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