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4일 월요일

[펌]요정펭귄 살리는 국제 할머니 '뜨개질 부대'

요정펭귄 살리는 국제 할머니 '뜨개질 부대'



호주 남부해안 근해에서 인간의 환경오염으로 죽음의 위기에 처하는 요정펭귄들을 살리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의 할머니들이 펭귄용 털옷을 만드는 뜨개질 자원봉사단의 손놀림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멜번 남동쪽 80km 지점에 있는 필립 섬 자연공원은 키가 기껏해야 33cm밖에 안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요정펭귄 약 2만6천여 마리가 서식하는 곳으로 주요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매일 저녁 해질 무렵이 되면 서머랜드 비치에는 2천마리나 되는 요정펭귄들이 해변으로 헤엄쳐와 그들의 둥지인 모래언덕의 굴을 향해 뒤뚱뒤뚱 퍼레이드를 벌이며 해마다 50여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곳 자연공원의 자원봉사자들은 매달 기름을 뒤집어쓰는 펭귄을 한두 마리 발견하며 대형 기름유출사고가 있을 때에는 수백 마리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지난 2003년에는 필립 섬 앞의 기름유출 사고로 해안 12km가 오염되면서 요정펭귄 24마리가 기름을 뒤집어쓰고 3마리가 죽었으며 이 사고를 낸 독일 해운회사가 작년에 100만불 이상의 벌금처분을 받았다.

또 2001년 12월에는 360마리가 기름을 뒤집어쓰는 유출사고가 있었으며 2000년에는 200여 마리가 피해를 입어 12마리가 죽기도 하는 등 지난 지난 10년 사이에 주요 기름유출 사고가 6건 이상 발생했다.

요정펭귄의 검푸른 깃털은 보통 방수 효과가 뛰어나 피부를 늘 건조하게 유지해 주며 빅토리아주와 태스매니아주 사이 배스 해협의 얼음장 같은 바닷물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일단 기름에 덮이면 이러한 자연적인 절연효과가 훼손되기 때문에 기름사고를 당한 후 바로 해안으로 헤엄쳐온 펭귄들은 흔히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몹시 괴로워하는 것을 보게 된다는 것.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잃는 요정펭귄이 적지 않았으나 1999년 자연공원 측이 뜨개질을 하는 여성들에게 눈송이 무늬의 스웨터나 찻주전자 보온 커버만 만들지 말고 '펭귄 점퍼'를 만들어줄 것을 호소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몸에 꼭 끼는 인형 크기의 100% 순모 스웨터는 수난을 당한 펭귄이 재활과정을 거치는 동안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부리와 혀로 깃털을 다듬다가 독성의 기름을 삼키는 일이 없도록 막아주어 생존율을 약 98%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요정펭귄은 무게가 1kg밖에 안되지만 보기와 달리 거칠어 때로는 점퍼를 입히기가 쉽지 않다.

작고 귀여워 보이지만 '키작은 사람 증후군'이 있어 못되게 굴기도 한다는 것이다.

'펭귄 점퍼' 프로그램 책임자인 린 블롬 씨는 "요정펭귄들은 부리로 쪼며 싸운다.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주 강하고 똑똑해야 하며 자신을 보살펴야 하는데 그들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수난을 당한 요정펭귄들은 최신의 유행이나 색깔을 아랑곳하지 않겠지만, 대부분 여가시간이 많은 초로기에 있는 블룸 씨의 헌신적인 뜨개질 부대는 갖가지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끊임없이 펭귄 패션을 발전시켜 나갔다.

이들은 신랑신부 복장에서부터 호주 풋볼리그(AFL)팀의 유니폼을 만들어 입히는가 하면 한 영국 할머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팀 전원"의 유니폼을 만들어 보내기도 했다.

점퍼에 악세사리가 달려서 펭귄의 부리가 걸릴 우려가 있는 것들은 펭귄 인형의 옷으로 사용되며 이런 인형을 선물용품 가게에서 팔아 펭귄재활센터의 기금으로 쓴다.

펭귄 점퍼들은 세계 곳곳에서 소포로 우송돼 오는데 캐나다와 영국의 뜨개질이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미국과 노르웨이도 풀오버를 양산해 내고 있다.

은퇴한 여성으로 뜨개질에 이골이 난 사람은 TV 앞에 앉아서 하룻밤에 점퍼 한 개를 만들 수 있다. 한 벌에 4시간 정도 걸린다.

'뜨개질 부대원' 중에서 가장 많은 점퍼를 기증한 사람은 남부호주 포트 어거스타에 사는 부인으로 지난 3년 동안 2주마다 10벌씩 만들어 연간 총 260벌을 기증해 왔다.

뉴사우스웨일스주 중북부 해안 콥스 하버의 말일성도 예수 그리스도 교회(몰몬교)에서는 최근 1,600벌을 돌파했다.

블룸 씨는 "노년의 많은 여성들이 이 일을 매우 좋아한다. 사람들이 무엇을 뜨고 있느냐고 물으면 '펭귄이 입을 점퍼지'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면서 "일단 소문이 나면 많은 조력자들이 나선다. 뜨개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한 후 결코 멈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온라인뉴스(http://www.hojuonline.net/) / 노컷뉴스 제휴사


[ 기사제공 ]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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