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6일 화요일
방송 테크닉??
[김창룡의 미디어창] KBS·MBC, 보신각 생중계 논쟁 판단의 기준은…
2009년 01월 03일 (토) 12:01:42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 ( cykim2002@yahoo.co.kr)
방송과 방송간의 미디어 상호비평은 방송 제작의 질을 높이고 경계심을 갖게 한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 KBS와 MBC 사이에 똑같은 상황을 두고 한쪽은 ‘방송테크닉’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방송왜곡’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신경민 앵커는 KBS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2009년 1월 1일 클로징멘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저널리즘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코멘트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이 틀리다고 생각했다면 말도 안 했을 것"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앵커는 KBS의 '보신각 타종 생중계'에 대해 "소란과 소음을 지워버린 중계방송이 있었다"며 "화면의 사실이 현장의 진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시청자들이 새해 첫날 새벽부터 현장실습 교재로 열공했다"고 뉴스 시간에 말한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KBS 예능제작국 오세영 국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야의종 타종) 행사는 우리 국민이 2008년을 보내고 2009년 새해를 맞으면서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라며 "축제는 아니지만 그런 의미를 담는 행사에서 시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신경민 앵커가 밝힌 클로징멘트.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등 시위를 벌인데 대해서도 오 국장은 "시위를 하려면 다른 데 가서 해야지 않느냐"며 "행사가 끝난 뒤 (비판) 목소리를 내는 것은 괜찮지만, 행사 자체는 존중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당일 행사 도중 오세훈 서울시장이 소개됐을 때 쏟아진 야유가 예능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박수 소리'로 처리된 데 대해 오 국장은 "어느 프로그램에나 쓰이는 방송 테크닉"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MBC 신 앵커는 현장의 진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저널리즘 차원에서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진단했다. KBS 오국장은 행사의 취지와 다르게 시위를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에 그 모순을 없애기 위해 방송테크닉을 동원한 것이라고 한다.
저널리스트 출신 신 앵커는 저널리즘에서 가장 중시하는 ‘현장전달의 정직함과 공정성’에 최우선을 뒀기 때문에 그런 비판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예능제작 프로듀서인 오 국장은 행사취지나 목적과 다른 현장의 시위행위를 ‘새해행사’를 망치는 돌발요소로 보고 방송테크닉을 구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양쪽 모두 타당한 측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확하고 정직한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앵커의 입장에서 현장을 자의적으로 변조, 가감하는 것은 심대한 진실 훼손행위로 저널리즘 차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능제작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당초 행사 취지와 다르게 나타나는 현장상황을 곧이 곧대로 방영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방송의 의도된 연출이 진실을 훼손하거나 왜곡할 때 그것은 시청자 우롱으로 해석될 수 있다. 뉴스를 취재하러 갔든 이벤트성 행사를 제작하러 갔든 야유를 박수로, 시위를 환호로 바꿔버리는 행위를 ‘방송테크닉’으로 정당화 시킨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여기서 ‘방송테크닉’이란 추상적 용어사용이 적절한가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방송테크닉이란 본질을 해치지않는 범위내에서 방송제작상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미디어 소비자들은 방송테크닉이라는 이름하에 제작진이 임의로 박수와 야유, 웃음 등을 뒤바꿔 빼거나 삽입하여 특정 분위기로 유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앞으로 기술의 발달로 이런 방송테크닉은 더욱 교묘해질 것이기 때문에 이런 점은 각별히 자제돼야 할 것이다. 방송테크닉이란 용어는 이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표현이 아니다.
방송연출이 보다 더 적절하지않을까. 이런 연출이 정당화 되기 위해서는 두가지 전제조건을 갖춰야 한다. 취재보도 행위든 행사제작이든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첫째 현장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비록 행사의 취지와 다른 현장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해서 무리하거나 과도한 변용, 삭제, 삽입은 시청자를 오도하는 방송왜곡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연출의 의도성이 없어야 한다. 연출이란 흑을 백으로 만들 수 있는 마술까지도 포함하는 것이 아니다. 연출의 범위는 본질을 더 잘 부각시키거나 메시지 전달에 불필요한 요소를 가감삭제하는 보조적 행위에 그쳐야 한다.
연출의 범위, 앵커의 역할, 저널리즘의 본령을 공부하는 좋은 사례가 됐다. 또한 방송과 방송간의 미디어 비평이 보다 더 필요하다는 점에서 방송저널리즘의 발전을 기대하는 또 다른 계기가 된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최초입력 : 2009-01-03 12:01:42
오마이뉴스에서의 오국장 말은 정말..기가막히네요-_-;;;
방송테크닉이라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음밖에 안 나오네요.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