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연행'하면? 우리는 '여행'하면 되고?
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8.06.04 10:39
[[오마이뉴스 조은미 기자]
신난다. 재미난다. 달려온 어린이, 어른들 한 자리에 모여앉아, 즐거운 집회 한 판?
집회와 시위 문화가 달라졌다. 80년대가 엄숙하고 살벌한 분위기였다면 지금 시위는 기발하다. 화기애애하다. 물대포를 맞고도 웃고, 경찰에게 잡혀 가면서도 웃고, 경찰서에서 풀려나서도 웃는다. 기념사진까지 찍는다.
한쪽에선 "지금 장난 하냐?" "시위가 아니라 야유회"라며 어리둥절하지만, 지금 시위를 주도하는 네티즌들은 말한다. "재밌다. 또 나가자" 80년대 시위대가 '분노'를 안고 거리로 나왔다면, 지금 시민들은 '재미'를 안고 거리로 나온다. 광우병에 대한 분노를 안고, 거리에서 함께 하는 공감을 즐긴다.
촛불문화제에 뒤늦게 참석한 40대는 처음엔 어리둥절했고 어색했다. 80년대 민주화를 외치던 집회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과거 집회가 준열하게 정부를 꾸짖고, "독재 타도"나 "000 정권 타도하자"를 외쳤다면, 지금 집회는 낄낄대며 정부를 조롱하고, "MB 탄핵"과 "이명박 정부 물러나라"를 외친다.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로 터져 나온 촛불집회와 시위 때 터지는 구호도 귀엽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구호들이, 요즘말로 '새끈'하다.
지난 29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종로로 거리 행진을 시작한 시위대가 외친 구호는 상식을 깼다. 구호라기엔 민망하고 구호가 아니라기엔 시민들은 분명히 소리 질러 외쳤다.
"이명박은 물러나라!" 이 구호는 어느 순간 바뀌었다. "이명박은?" 이라고 한쪽에서 외치면 다른 쪽에선 "쥐00다"라고 외쳤다. 외치며 거리 시위에 나선 시민들은 아이들 손을 잡고 낄낄댔고, 낄낄대며 또 외쳤다. 할머니들도 '촛불소녀'라 쓴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촛불을 들었다.
거리를 걷다 만난 시민들을 향해 "민주시민 함께 해요"라고 시민들 참여를 독려하던 구호는 또 변했다. "닭장투어, 함께 해요" 철창이 창문을 가려 '닭장차'라고 부르는 경찰 버스가 과거엔 두려움의 화신이었다면, 이젠 무료 관광을 시켜주는 '관광버스'다.
경찰이 연행하면? '여행'하면 되고! '닭장투어' 인기
80년대 시위가 잡히지 않기 위해 죽기 살기로 도망가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날 구속해라" 고개 바짝 들고 경찰차로 걸어 들어가고, '유치장 체험'을 새로 오픈한 놀이동산에 갔다온 양 블로그에 올리는 시대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지금이야말로 '즐김' 시대다. 시위하다 경찰에게 잡히면? "경찰이 친절하게 대기시켜 놓은 닭장관광버스에 탑승"하면 된다. 경찰이 연행하면? '우리는 '여행'하면 되고? 이게 '생각대로'다.
생각대로 하면? '연행'도 '여행'이 된다. 경찰 연행도 여행사가 안내하는 관광 상품이 된다. 바로 '닭장투어'다.
경찰이 촛불 시위대를 연행하자마자 '닭장투어'란 말이 등장했다. 이 '닭장투어'엔 닭장 투어를 백배 즐기기 위한 아이디어 팁도 있다. "카메라를 준비해 매 순간순간 사진을 찍어 추억거리로 남겨라"다. 물론 이 상품의 장점은 '알찬 서비스'다. '닭장투어'는 "닭장버스 및 경찰서 관광비용은 일체 무료"에 "경찰서에서 무료 식사 대접"이 있는 상품으로 "닭장 여행사에서 경찰서 홍보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무료 관광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버스 끊겼다고 걱정 마세요. 아침밥도 굶지 말고 출근"할 수 있고, "지방분들 숙식 해결의 묘안"이란다. 만약 이 버스가 맘에 안 들거나, 이 버스에 안 태워주면? "112신고하면, 경찰차 택시 탈 수 있다" 또 "노약자 여성분 학생 먼저"라는 경로우대 정신도 빛을 발한다.
정작 재미있는 사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농담으로 끝나지 않았다. 키득대며 '닭장투어' 안내문을 읽었던 네티즌들은, 시위 현장에서 실제 '닭장투어'를 선택했다. 스스로 '닭장차'에 올라탔고, 경찰서에서 풀려나선 '닭장투어' 했다고 자랑했다.
지난 1일 새벽엔 경찰의 시위 진압 무기로 '물대포'라 불리는 살수차가 등장했다. 이젠 '닭장투어' 전에 샤워도 시켜주는 새로운 대시민 서비스의 등장인가?
근엄한 노래 가고 재미 찬란 노래 반짝반짝
집회를 즐기는데 또 노래가 빠질 수 없다. 노래도 80년대와 다르다. 장르도 다르다. 부르는 노래도 80년대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로 시작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처럼 죽음도 불사하겠단 의지가 부글부글 끓는 노래들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즐길 의지가 보글보글 끓는 노래들이 속출한다. 발랄하고 경쾌하다. 유치 찬란한 재미와 유머가 반짝반짝 빛난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 집회 때 가장 입에 많이 오르내린 노래는 '되고송'이다. 한 이동통신사의 시엠송으로 "생각대로"란 카피로 유명한 이 '되고송'은 촛불 집회 초기에 최고 인기곡이 됐다. '생각대로' 붙이는 대로 가사 바꾸기가 가능한 이 노래는 촛불 소년 소녀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광우병 싫어, 먹지 않으면 되고, 병원비 비싸? 안 가면 되고……"는 약과다.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재치의 경연장이라 할 만하다. 그 가운데 진보신당이 만들고 변영주 감독이 부른 '되고송' 은 빛나는 유머 감각에 변영주 감독의 리얼한 연기력과 만나 인터넷 히트송이 됐다.
"미친소만 골라 수입해서 팔고, 반대주장하면 괴담이라 하고, 조중동 불러 여론몰이 좀 하고, 생각대로 우기면 되고, 대통령인 게 외로워질 때면? 카트 몰던 사진 꺼내 보고, 부시형, 나 요즘 힘들다? 내 맘대로 하면 되고."
< 아기공룡 둘리 > 같이 귀여운 노래도 등장한다. 지난 5월말 열린 청소년 집회 때 청소년들은 귀엽고 흥겨운 이 노래를 가사를 이렇게 바꿔 불렀다.
"요리 보고, 저리 봐도 알 수 없는 MB MB……. 무개념 MB는 뇌송송 구멍 뽕뽕, 한심한 MB는 언제나 말 바꾸기……."
10대들은 자신들이 만든 노래 가사로 다다다 쏟아내는 '랩 배틀'을 하고, 춤을 추며 대통령을 비판했다.
원곡이 살아있는 노래도 과거와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때 가장 많이 흘러나오는 노래는 '헌법1조'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하는 노래는 들으면 한 번에 따라 흥얼거릴 만치 흥겨운 리듬과 비슷한 가사가 계속 반복한다. "반대해 FTA……." 대학생들이 율동과 함께 즐겨 부르는 노래는 또 어떤가?
집회 현장은 약과다. 인터넷으로 꽃 핀 온라인 성토의 장은 '성토'보다 조롱이 대세다. 인터넷에 떠도는 히트 동영상에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OIE타령)' 도 있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란 프로를 패러디했다. 계속 "오아이, 오아이, 오아이"란 말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아나운서 같은 목소리가 이 소리의 출처를 설명한다.
"이 소리는 서울시 특별시 여의도에서 정운천 장관이 앵무새처럼 오아이 타령을 반복하는 소리입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풍자하는 동영상으로 화제가 됐던 '본 얼티메이텀(뼈의 최후통첩)'도 장엄한 민중가요가 흘러나오는 다큐가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를 패러디해 비꼰 풍자 코미디였다. 이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눈물이 났다" "쓰러졌다"고 댓글을 올렸다. 슬퍼서나 분노해서가 아니었다.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났고, 웃다가 쓰러졌단 고백이다.
피켓 문구가 기가 막혀! 엄숙시대 가고 기발시대?
시위 풍경도 만만치 않다. 살수차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시위 풍경은 화기애애했다. 한 네티즌은 부산 친구가 전해준 시위 장면을 이렇게 전했다. 그가 전한 장면은 이랬다.
시위대 뒤쪽에 있는데 경찰 한 명이 눈싸움 하자는 듯이 쳐다보자 옆에 있던 여성이 말했다. "뭘 보노, 인마." 그런데도 그 전경이 자꾸 쳐다보자 그 여성이 또 말했다. "어이구, 우리 귀염둥이 와 누나가 이쁘나?"
이건 약과다. 다른 부산 네티즌이 댓글로 현장 장면을 보탰다.
부산 경찰이 촛불을 들고 나와 거리로 나선 시민들에게 말했다. "알립니다. 알립니다." 그러자 부산 시민들이 말했다. "알리라." 부산 사투리와 겁 없는 현장 분위기가 만난 경우다.
촛불 집회 현장에 쏟아져 나온 피켓은 더하다. "이명박 물러나라"는 기본이다. 지난 6월 1일 시청 앞 촛불집회 때다. 인터넷 카페 이름을 적은 깃발 아래 모인 시민들의 피켓 문구는 유머가 뚝뚝 떨어진다. 기가 탁 막히게 웃기다.
"제사하고 남은 초다" "내가 니 월급을 주는 납세자다" "(소 그림 옆에) 먹지 마세요. MB에게 양보하세요." "MB 뇌 열어, 개념이야."
이런 종이를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이들을 본 시민들은 킥킥거리며 속닥였다. "MB 뇌 열래." 유머가 깃든 풍자는 이렇게 힘을 얻어 스르륵 퍼졌다.
그냥 웃고 즐겨서 쓰겠냐고? 웃고 즐기며 효과까지 노리는 방법도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 현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옹호하는 언론사에 광고하는 회사 말리기 운동이 있다.
한 인터넷 쇼핑몰이 계속 아무개 언론에 광고를 게재했다. 한 네티즌이 아이디어를 냈다. "00일보에 배짱부리는 OOO 망하게 하는 법"을 올렸다. 광고 건으로 항의하면 "탈퇴하세요"라고 친절하게 답변하는 이 회사에 대한 응징 방법이다.
"그냥 탈퇴하지 마시고, 비밀번호 찾기 (핸드폰으로) 한 100번만 해주세요."
이게 왜 이 회사에 대한 응징이 되냐면? 참고로 이 회사는 탈퇴 사실을 핸드폰 문자로 보내준다. 문자 하나당 10원 정도라고 치면? 이와 비슷한 방법이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에게 18원 후원하기였다. 후원영수증 우편 발송을 노린, 후원 운동이었다.
'엄숙' 시대가 가고 '즐김' 시대가 왔다. 공자가 그랬다던가?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시위를 즐기는 시대가 왔다.
[☞ 오마이 블로그|안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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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와 시위 문화가 달라졌다. 80년대가 엄숙하고 살벌한 분위기였다면 지금 시위는 기발하다. 화기애애하다. 물대포를 맞고도 웃고, 경찰에게 잡혀 가면서도 웃고, 경찰서에서 풀려나서도 웃는다. 기념사진까지 찍는다.
한쪽에선 "지금 장난 하냐?" "시위가 아니라 야유회"라며 어리둥절하지만, 지금 시위를 주도하는 네티즌들은 말한다. "재밌다. 또 나가자" 80년대 시위대가 '분노'를 안고 거리로 나왔다면, 지금 시민들은 '재미'를 안고 거리로 나온다. 광우병에 대한 분노를 안고, 거리에서 함께 하는 공감을 즐긴다.
촛불문화제에 뒤늦게 참석한 40대는 처음엔 어리둥절했고 어색했다. 80년대 민주화를 외치던 집회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과거 집회가 준열하게 정부를 꾸짖고, "독재 타도"나 "000 정권 타도하자"를 외쳤다면, 지금 집회는 낄낄대며 정부를 조롱하고, "MB 탄핵"과 "이명박 정부 물러나라"를 외친다.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로 터져 나온 촛불집회와 시위 때 터지는 구호도 귀엽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구호들이, 요즘말로 '새끈'하다.
지난 29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종로로 거리 행진을 시작한 시위대가 외친 구호는 상식을 깼다. 구호라기엔 민망하고 구호가 아니라기엔 시민들은 분명히 소리 질러 외쳤다.
"이명박은 물러나라!" 이 구호는 어느 순간 바뀌었다. "이명박은?" 이라고 한쪽에서 외치면 다른 쪽에선 "쥐00다"라고 외쳤다. 외치며 거리 시위에 나선 시민들은 아이들 손을 잡고 낄낄댔고, 낄낄대며 또 외쳤다. 할머니들도 '촛불소녀'라 쓴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촛불을 들었다.
거리를 걷다 만난 시민들을 향해 "민주시민 함께 해요"라고 시민들 참여를 독려하던 구호는 또 변했다. "닭장투어, 함께 해요" 철창이 창문을 가려 '닭장차'라고 부르는 경찰 버스가 과거엔 두려움의 화신이었다면, 이젠 무료 관광을 시켜주는 '관광버스'다.
경찰이 연행하면? '여행'하면 되고! '닭장투어'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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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지금이야말로 '즐김' 시대다. 시위하다 경찰에게 잡히면? "경찰이 친절하게 대기시켜 놓은 닭장관광버스에 탑승"하면 된다. 경찰이 연행하면? '우리는 '여행'하면 되고? 이게 '생각대로'다.
생각대로 하면? '연행'도 '여행'이 된다. 경찰 연행도 여행사가 안내하는 관광 상품이 된다. 바로 '닭장투어'다.
경찰이 촛불 시위대를 연행하자마자 '닭장투어'란 말이 등장했다. 이 '닭장투어'엔 닭장 투어를 백배 즐기기 위한 아이디어 팁도 있다. "카메라를 준비해 매 순간순간 사진을 찍어 추억거리로 남겨라"다. 물론 이 상품의 장점은 '알찬 서비스'다. '닭장투어'는 "닭장버스 및 경찰서 관광비용은 일체 무료"에 "경찰서에서 무료 식사 대접"이 있는 상품으로 "닭장 여행사에서 경찰서 홍보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무료 관광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버스 끊겼다고 걱정 마세요. 아침밥도 굶지 말고 출근"할 수 있고, "지방분들 숙식 해결의 묘안"이란다. 만약 이 버스가 맘에 안 들거나, 이 버스에 안 태워주면? "112신고하면, 경찰차 택시 탈 수 있다" 또 "노약자 여성분 학생 먼저"라는 경로우대 정신도 빛을 발한다.
정작 재미있는 사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농담으로 끝나지 않았다. 키득대며 '닭장투어' 안내문을 읽었던 네티즌들은, 시위 현장에서 실제 '닭장투어'를 선택했다. 스스로 '닭장차'에 올라탔고, 경찰서에서 풀려나선 '닭장투어' 했다고 자랑했다.
지난 1일 새벽엔 경찰의 시위 진압 무기로 '물대포'라 불리는 살수차가 등장했다. 이젠 '닭장투어' 전에 샤워도 시켜주는 새로운 대시민 서비스의 등장인가?
근엄한 노래 가고 재미 찬란 노래 반짝반짝
집회를 즐기는데 또 노래가 빠질 수 없다. 노래도 80년대와 다르다. 장르도 다르다. 부르는 노래도 80년대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로 시작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처럼 죽음도 불사하겠단 의지가 부글부글 끓는 노래들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즐길 의지가 보글보글 끓는 노래들이 속출한다. 발랄하고 경쾌하다. 유치 찬란한 재미와 유머가 반짝반짝 빛난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 집회 때 가장 입에 많이 오르내린 노래는 '되고송'이다. 한 이동통신사의 시엠송으로 "생각대로"란 카피로 유명한 이 '되고송'은 촛불 집회 초기에 최고 인기곡이 됐다. '생각대로' 붙이는 대로 가사 바꾸기가 가능한 이 노래는 촛불 소년 소녀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광우병 싫어, 먹지 않으면 되고, 병원비 비싸? 안 가면 되고……"는 약과다.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재치의 경연장이라 할 만하다. 그 가운데 진보신당이 만들고 변영주 감독이 부른 '되고송' 은 빛나는 유머 감각에 변영주 감독의 리얼한 연기력과 만나 인터넷 히트송이 됐다.
"미친소만 골라 수입해서 팔고, 반대주장하면 괴담이라 하고, 조중동 불러 여론몰이 좀 하고, 생각대로 우기면 되고, 대통령인 게 외로워질 때면? 카트 몰던 사진 꺼내 보고, 부시형, 나 요즘 힘들다? 내 맘대로 하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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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보고, 저리 봐도 알 수 없는 MB MB……. 무개념 MB는 뇌송송 구멍 뽕뽕, 한심한 MB는 언제나 말 바꾸기……."
10대들은 자신들이 만든 노래 가사로 다다다 쏟아내는 '랩 배틀'을 하고, 춤을 추며 대통령을 비판했다.
원곡이 살아있는 노래도 과거와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때 가장 많이 흘러나오는 노래는 '헌법1조'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하는 노래는 들으면 한 번에 따라 흥얼거릴 만치 흥겨운 리듬과 비슷한 가사가 계속 반복한다. "반대해 FTA……." 대학생들이 율동과 함께 즐겨 부르는 노래는 또 어떤가?
집회 현장은 약과다. 인터넷으로 꽃 핀 온라인 성토의 장은 '성토'보다 조롱이 대세다. 인터넷에 떠도는 히트 동영상에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OIE타령)' 도 있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란 프로를 패러디했다. 계속 "오아이, 오아이, 오아이"란 말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아나운서 같은 목소리가 이 소리의 출처를 설명한다.
"이 소리는 서울시 특별시 여의도에서 정운천 장관이 앵무새처럼 오아이 타령을 반복하는 소리입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풍자하는 동영상으로 화제가 됐던 '본 얼티메이텀(뼈의 최후통첩)'도 장엄한 민중가요가 흘러나오는 다큐가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를 패러디해 비꼰 풍자 코미디였다. 이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눈물이 났다" "쓰러졌다"고 댓글을 올렸다. 슬퍼서나 분노해서가 아니었다.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났고, 웃다가 쓰러졌단 고백이다.
피켓 문구가 기가 막혀! 엄숙시대 가고 기발시대?
시위 풍경도 만만치 않다. 살수차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시위 풍경은 화기애애했다. 한 네티즌은 부산 친구가 전해준 시위 장면을 이렇게 전했다. 그가 전한 장면은 이랬다.
시위대 뒤쪽에 있는데 경찰 한 명이 눈싸움 하자는 듯이 쳐다보자 옆에 있던 여성이 말했다. "뭘 보노, 인마." 그런데도 그 전경이 자꾸 쳐다보자 그 여성이 또 말했다. "어이구, 우리 귀염둥이 와 누나가 이쁘나?"
이건 약과다. 다른 부산 네티즌이 댓글로 현장 장면을 보탰다.
부산 경찰이 촛불을 들고 나와 거리로 나선 시민들에게 말했다. "알립니다. 알립니다." 그러자 부산 시민들이 말했다. "알리라." 부산 사투리와 겁 없는 현장 분위기가 만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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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하고 남은 초다" "내가 니 월급을 주는 납세자다" "(소 그림 옆에) 먹지 마세요. MB에게 양보하세요." "MB 뇌 열어, 개념이야."
이런 종이를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이들을 본 시민들은 킥킥거리며 속닥였다. "MB 뇌 열래." 유머가 깃든 풍자는 이렇게 힘을 얻어 스르륵 퍼졌다.
그냥 웃고 즐겨서 쓰겠냐고? 웃고 즐기며 효과까지 노리는 방법도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 현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옹호하는 언론사에 광고하는 회사 말리기 운동이 있다.
한 인터넷 쇼핑몰이 계속 아무개 언론에 광고를 게재했다. 한 네티즌이 아이디어를 냈다. "00일보에 배짱부리는 OOO 망하게 하는 법"을 올렸다. 광고 건으로 항의하면 "탈퇴하세요"라고 친절하게 답변하는 이 회사에 대한 응징 방법이다.
"그냥 탈퇴하지 마시고, 비밀번호 찾기 (핸드폰으로) 한 100번만 해주세요."
이게 왜 이 회사에 대한 응징이 되냐면? 참고로 이 회사는 탈퇴 사실을 핸드폰 문자로 보내준다. 문자 하나당 10원 정도라고 치면? 이와 비슷한 방법이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에게 18원 후원하기였다. 후원영수증 우편 발송을 노린, 후원 운동이었다.
'엄숙' 시대가 가고 '즐김' 시대가 왔다. 공자가 그랬다던가?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시위를 즐기는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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