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0일 금요일

[펌]MB 담화후 , {한겨레 사설} 일부 발췌

한-미 협상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국민이 우려하는 다른 문제들, 예를 들면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일곱 가지 특정 위험물질 제거나 검역주권 보장 문제 등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다. '자녀 건강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 대통령이 진정 이해했더라면, 재협상이 어려운 이유만 길게 해명할 게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사안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가협상에서 담아낼 것인지를 설명해야 했다. 그나마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 금지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도 아직 불투명하다. 이런 정도로 국민을 이해시킬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면, 이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여전히 너무 안이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대운하 문제도 비슷하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고 덧붙였다. 맞는 말이다. 지금의 민심은 이 대통령에 대운하를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이 반대한다면'이란 단서를 달고 있는 건, 대운하 강행 의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표현만 귀에 거슬리지 않게 바꿨을 뿐이지, '국민 여론을 수렴해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던 기존 태도에서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가시적인 시국 수습책으로 거론되는 인사개편 문제에서도 이 대통령의 변화 의지를 확인하기란 어렵다. 이 대통령은 진보나 중도 쪽으로 인재 기용의 폭을 넓힐 것이냐는 질문에 "좋은 생각"이라면서도 "그러나 문제가 될 때마다 사람을 바꾸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말만으론 인사풀의 범위가 넓어질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국민이 이 대통령의 변화를 느낄 수 있으려면, < 와이티엔
> (YTN)을 비롯한 방송사에 측근 인사들을 심는 일부터 그만두겠다고 밝혀야 했다.

대통령의 진실함을 국민이 이해하는 데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실천이 더 중요하다. 이 대통령의 어제 기자회견에선, 구체적으로 뭔가를 바꾸겠다는 실천 의지를 읽어내기가 어렵다. 자칫 화려한 말의 성찬으로만 끝나고, 기존 국정운영 방식은 그대로 유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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