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30일 화요일

기분과 감정 조절하는 음식들

고추먹고 화 식히고 칼국수로 긴장 푼다 무드 푸드~


영화 ‘달콤쌉싸름한 초콜렛’과 ‘초콜렛’에서 이 ‘검은 악마’는 사람들의 닫혔던 마음을 확 풀어 헤쳐 버린다. 그런데, 이런 신비한 능력은 초콜렛만 가진 것일까. 화가 났을 때, 유난히 매운 음식이 당기는 이유는 뭘까. 전주대 의생명환경대학 오흥근(54) 학장은 “음식을 골라 먹으면 기분과 감정을 조절할 수 있고,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다”고 한다.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유난히 컵라면이 먹고 싶다거나, 면발이 당기는 것은 자연스런 이치다. 기분과 감정을 조절해주는, 이른바 ‘무드 푸드’(mood food)라는 게 있다.

#기분1: ‘모레는 클라이언트 앞에서 PT(프레젠테이션)를 하는 날. 우리 회사의 1년 매출이 나한테 달렸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무겁고 잠도 오지 않는다.’

◆스트레스·긴장

밥, 빵, 국수, 과자 등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다. 탄수화물은 뇌에서 ‘행복 호르몬’이라는 별명을 가진 호르몬인 ‘
세로토닌’이 많이 나오도록 자극해 신경을 안정시킨다. 특히 ‘후루룩’ 먹는 면발은 촉각과 후각을 자극해, 기분 전환에 좋다. 초콜릿도 도움이 된다. 초콜릿 속 트립토판 성분이 세로토닌으로 바뀌어 기분을 좋게 한다. 초콜릿에 든 ‘페닐에틸아민’이란 성분은 뇌의 행복중추를 자극한다. 사과를 씹어 먹어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아작아작 소리에 스트레스가 다소 풀릴 뿐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해 배출된 비타민·무기질을 보충해준다.

#기분2: ‘PT를 망쳤다. 클라이언트는 다른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 직장 동료들은 ‘괜찮다’고 말하지만, 그들에게 미안하다. 난 왜 이럴까. 우울하다.’

◆우울함·슬픔

어릴 때 먹던 ‘추억의 음식’을 먹어보자. 우울함이나 슬픔을 떨치는데 도움이 된다. 주방용기 제조업체 휘슬러코리아에서 일하는
김현경(28)씨는 우울하고 몸이 처질 때 단호박죽을 끓여 먹는다. “어려서 몸이 약해 자주 아팠어요. 그때마다 엄마가 맛도 좋고 소화도 쉬운 호박죽을 만들어주셨어요. 요즘도 호박죽을 먹으면 왠지 기운이 솟고 기분이 나아져요.” 까닭도 없이 우울하다면 탄수화물을 섭취부터 체크할 필요가 있다. 다이어트에 돌입한 사람들은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탄수화물 섭취 부족으로 인한 세로토닌 레벨 저하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엽산’이 모자라도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엽산이 풍부한 시금치를 먹거나 오렌지주스를 마셔보자. 카페인도 우울증에 효과적이다. 하루에 커피 한두 잔 정도 마시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단 카페인은 사람마다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므로 주의한다.

#기분3: ‘3년 사귄 남자친구와 지난주 헤어졌다. 벌써 그에겐 새 여자가 생겼단다. 집에서는 사정도 모르고 얼른 결혼하라고 성화다. 폭발 직전이다.’

◆분노

화 나고 짜증날 땐 고추와 마늘, 양파가 듬뿍 들어간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어보자. 화가 나면 몸에서 열이 나는데,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이 땀을 내 체온이 떨어진다. 마늘에는
항산화제인 ‘셀레늄’ 성분이 함유돼 있다. 셀레늄이 부족하면 쉽게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 양파, 파에 풍부한 ‘유화알릴’ 성분은 신경 안정 작용을 한다
 
 
#기분4: 광고회사 레오버넷 차장 김지윤(30)씨는 속이 허(虛)하다 싶으면 고기를 굽는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기운이 없고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에요.”



◆무기력

이런 김씨의 느낌은 근거가 있다. 단백질은 체내에서
도파민, 티로신, 에피네프린, 노레피네프린과 같은 아미노산으로 바뀐다. 이러한 아미노산은 에너지 증대효과가 있다. 몸에 활력을 불어넣고 생각과 행동을 민첩하게 한다. 그러니 왠지 모르게 무기력할 땐 육류와 생선, 두부 등 콩으로 만든 음식, 치즈 등 고단백식품을 먹으면 효과가 있다.

#기분5: ‘어제 만난 그 사람, 이름이 가물가물하다. 내 나이 이제 겨우 마흔. 벌써 갱년기에 접어든걸까?’

◆기억력 감퇴

갱년기를 걱정하기 전 달걀부터 먹어보자. 달걀은 성인병에 해로운 콜레스테롤이 많다는 이유로 꺼리지만 ‘콜린’ 성분의 창고. 콜린은 기억력과 밀접하게 연관된
아세틸콜린 생성에 관여하는데, 아세틸콜린이 부족하면 기억력이 떨어진다. 성인의 경우 하루 달걀 두 알 정도는 먹어도 안전하다. 물론 고지혈증 등 순환계질환이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조선일보 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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