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 그래픽 작업 전(왼쪽 에피소드5-제국의 역습)과 후(에피소드3-시스의 복수)의 요다 |
ⓒ2005 루카스필름 |
<스타워즈> 시리즈는 1977년 우스꽝스러운 검은 가면을 쓴 악의 화신 '다스베이더'가 선을 대표하는 제다이의 루키 '루크 스카이워커'와 결투를 하다가 갑자기 던진 생뚱맞은 대사 한마디 "내가 네 아버지이다(I'm Your Father)"를 이해하기까지 27년이 걸린 것만큼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편을 소개했다.
수많은 열렬 신자들의 경배를 받으며 미동도 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낸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시리즈이건만 1977년 당시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하이 테크놀로지의 놀라운 시각적 진보'라는 <스타워즈> 명성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지금의 기준으로 볼 때는 원시 그 자체였다고 볼 수 있다.
스타워즈 1편(에피소드 4) 촬영 당시 일부 출연배우들은 우스꽝스러운 복장과 탈바가지를 쓰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블루 스크린을 배경으로 당시로는 말도 안 되는 유치한 대사와 갖은 요상한 폼을 잡아야 했다. 그 뿐인가? 있지도 않던 광선 검을 표현하기 위해 광선 검의 날을 일일이 애니메이션 셀 위에 채색하고 검이 발사되기 직전 숏에서 컷을 나누는 고생을 감수했다.
조지 루카스 역시 <스타워즈> 클래식 3부작을 만들 때만 해도 자신이 상상한 모든 것을 시각화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영화가 크게 히트하자 당황해 하며 "그 멍청한 대사들이 정말로 '작용'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는 해리슨 포드의 말처럼 <스타워즈> 시리즈는 미국인의 가슴 속에 하나의 전설과 추억으로 남아버렸다.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진보는 <스타워즈 에피소드1>(1999) 시리즈부터 변화를 가져왔다. 배우들은 더 이상 요상스런 탈바가지를 쓰지 않았으며 대신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생소한 디지털 캐릭터들과 우주선, 로봇 그리고 광선검들이 스크린을 채우기 시작했다.
▲ 광선검 결투 장면. 왼쪽 <에피소드5-제국의 역습>(1980)과 <에피소드 3-시스의 복수>(2005) |
ⓒ2005 루카스필름 |
<스타워즈> 시리즈로 증명되는 영화의 디지털화
뭐니뭐니 해도 가장 혁신적인 것은 촬영방식의 변화였다. 필름이 아닌 HD 카메라를 이용한 사전 시각화 작업에서 후반 편집에 이르기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거의 100% 디지털화 하여 제작된 디지털 소스를 우편이 아닌 위성 등의 유통망을 통해 배급한 후 'DLP 프로젝터'라 불리는 디지털 프로젝터로 상영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9년만 해도 우리나라 극장에 디지털 영화 상영기구인 'DLP(Digital Light Processing) 프로젝터'가 없어서 본격적인 디지털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1>을 국내에서는 감상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DLP 프로젝터'로 디지털 소스화된 영화를 상업적으로 상영한 것은 2004년 1월 영화관 '아트레온'에서 <브라더 베어>를 상영한 것이 최초다. 이후 메가박스와 CGV, 롯데시네마도 차례로 DLP 프로젝터를 도입, <투모로우>와 3D 애니메이션 <슈렉2>를 디지털 상영했다. 우리나라 영화로서 최초로 디지털 상영한 것은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2003)다.
현재 우리나라에 디지털 상영을 할 수 있는 DLP 프로젝터를 보유하고 있는 극장은 대략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 1관, 용산 CGV 5관, 영등포 롯데시네마 1관, 신촌 아트레온 1관, CGV강변 7관, 부산 해운대 프리머스 9관, 안산 메가넥스 중앙점 10관 등으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서울에 편중된 형편이다. 그러나 최근 <스타워즈 에피소드3...> 상영을 계기로 디지털 상영관이 더욱 늘어나는 추세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디지털영화는 꼭 디지털상영관에서 봐야 한다?
<스타워즈 에피소드3>을 보러간 날, 디지털 영화는 디지털 상영으로 보는 것이 좋으리라는 인식 때문인지 평일에도 불구하고 만원이었다.
과연 디지털영화와 기존 필름영화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실제 색감의 선명도를 비교해볼 때 확실히 디지털 쪽이 필름 쪽보다 더 선명하고 또렷해 보인다. 특히 영화 전편의 생동감 넘치는 비행선 격투신은 마치 게임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오래 보고 있자니 전체적인 배경이 차분하지 못하고 붕 뜬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눈에 피로를 느끼기 쉬웠다.
이에 비해 필름영화는 디지털 소스를 필름화 하는 단계를 거치기 때문인지 디지털보다 색감의 선명도가 떨어져 보이는 반면 배우들의 얼굴 윤곽이나 얼굴 색 등의 느낌이 부드럽고 편안하고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아주 오래 전부터 보아왔기 때문에 눈에 익숙해서이리라 본다.
그런데 디지털 영화보다 상영시간이 약간 짧다. 또 몇 군데 중요한 부분의 일부 장면이 인식하지 못한 채 약간 잘려 있었고 라인은 선명한 데 비해 부분부분 뿌연 안개가 낀 듯한 느낌이 드는 장면이 있었다.
▲ 영화 전편의 생동감 넘치는 비행선 격투신은 마치 게임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오래 보고 있자면 디지털의 경우 전체적인 배경이 차분하지 못하고 붕 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눈의 피로를 느끼기 쉬웠다. |
ⓒ2005 루카스필름 |
상영 직후 함께 영화를 본 사람 몇몇에게 영화의 느낌을 물어본 결과, 전반적으로 20대 이전은 디지털의 색감을 선호하고 30대 이후는 오히려 필름 쪽의 색감을 편안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취향과 습관의 차이일 뿐 개인적으로 볼 때 디지털이나 필름영화의 차이는 미세한 색감 차이 외에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전편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1, 2>에 비해 디지털, 필름 모두 한층 더 나아졌다는 사실에서 놀라운 기술의 진보를 목격하게 됐다.
낡은 레코드판의 뒤를 따르려나
어느 덧 영화는 거침없이 종반을 향해 가파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열렬한 지지의 박수소리 속에 공화국 대중들은 자신들의 앞길이 어떻게 변해갈지를 알지 못한 채 똑같은 박수소리로 제국의 성립을 동의하고 영화 속 파드메의 대사처럼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 민주주의는 종말을 고하게 된다.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끝없이 고뇌하는 햄릿형 인간 아나킨 스카이워커 또한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지 못하면서도 별 설득력 없이 악의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절망의 나락 속에 그 공포의 가면을 쓸 때 내뱉는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한숨소리가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순간 또 다른 희망의 싹들이 움트며 오이디푸스형 인간 루크 스카이워커와 다스베이더의 마지막 결투가 시작되는 스타워즈 3편(에피소드6)의 결말을 예고하고 있었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우리 앞으로 다가올 세상이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만약 디지털이 정말 필름을 사라지게 만든다면 그 후의 세상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극장에는 필름을 돌리는 영사기 대신 대형 접시 안테나와 이를 투사하기 위한 대형 디지털 스크린이 설치되어 전 세계 어디에서든 동시에 동일한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관객들은 극장의 낡은 영화 상영시 경험하곤 했던 스크래치나 먼지마저도 추억으로만 기억하게 될는지 모른다. 마치 낡은 LP판의 지지직거리는 잡음소리조차 정겹게 들리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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