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세이]단기적 이익보다 인기(표준화)가 중요하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 06/16 13:10 | 조회 19045
오래전 ‘자이언트(Giant)'라는 헐리웃 영화가 있었다. 1956년 워너 브러더스가 제작한 영화다. 희대의 미녀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호남 록 허드슨 그리고 반항아적 매력의 사나이 제임스 딘이 주연을 맡았다.
텍 사스의 대 농장주 빅 베네딕트는 레슬리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이 틈에 카우보이 제트 링크는 레슬리에 대한 짝사랑을 키워간다. 제트 링크는 빅의 누이가 유산으로 준 조그만 땅 황무지에서 석유가 쏟아지면서 와신상담 억만장자 석유왕이 되지만 레슬리에 대한 열정은 깊어만 간다.
영화 개봉을 2주일 앞두고 제트 역을 맡았던 제임스 딘이 소통사고로 사망했기에 더욱 센세이셔널 했다. 광활한 텍사스 농장을 배경으로 쇠퇴하는 농장의 부와 석유를 통한 새로운 부의 출현 속에 러브스토리를 믹스한 1950년대식 블록버스터였다.
1천년의 최고 갑부들과 치부술의 변천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지난 1천년간 수많은 황제, 상인, 발명가, 사업가 중 최고의 갑부 50인을 선정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천년간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 극적으로 변화해 왔다고 말했다.
밀 레니엄 초기의 갑부들은 국가통치자이거나 정복자였다. 불세출의 정복자 칭기스칸(1162-1227년)이 여기에 해당한다. 천연자원과 특산품 등의 교역을 통해 부를 축적한 비잔틴 제국의 바실2세(958-1025년), 앙코르와트 왕국의 창업자 수르야바르만 2세(?~1150년)도 국가 통치자였다.
피렌체의 아메데오 데 페루치(?~1303년)는 무역을 통해 번 돈을 다른 상인들에게 대출하는 방법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20세기 인물로는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1835~1919년)와 석유왕 존 록펠러(1839~1937년) 그리고 헨리 포드(1863~1947년)가 거부였다.
현대는 빌 게이츠(1955~ )가 부의 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카네기는 1901년 미국 철강시장의 65%를 지배하는 US스틸사를 탄생시켰다. 이후 카네기 멜론 대학 등에 재산을 기부하면서 부의 사회 환원을 실천했다.
록펠러 역시 1882년 미국내 정유소의 95%를 지배하는 스탠다드 오일 트러스트를 조직했다. 그러나 1911년 미국 연방최고재판소로부터 반(反)트러스트법 위반으로 해산명령을 받고 해체되었다.
그 후 그는 자선사업에 몰두했다. 포드는 1913년 조립라인 방식에 의한 양산체제를 확립한 후 1924년에는 시장의 거의 반을 차지했다. 1936년에 설립된 포드재단도 교육진흥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세계 표준인 달러와 MS의 윈도우즈
현대는 미국의 달러와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시스템이 지배하는 시대다. 표준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표준에는 ‘공적 표준(De Jure Standard)’과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이 있다.
EU의 유로화와 중국 위앤화와 미미한 신경전도 있지만 달러는 명실공히 막강한 세계의 통화 결재수단으로 팍스 아메리카나의 골격이다. 세계 모두가 달러 때문에 울고 웃는다.
주 지하는 바와 같이 빌 게이츠는 MS사의 회장 겸 CEO(Chief Executive Officer)다. ‘소프트웨어의 황제’, ‘세계 최고의 갑부’, ‘소프트웨어업계의 악마’, ‘독점 사업가’, ‘최대자선사업가’ 등 찬사와 비난이 함께 따라 다니는 그는 현대 IT혁명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지구촌 반수 이상의 인류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그는 정복자다. 당시 지구의 반 2억 인구를 지배한 칭기스칸보다 더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의 성공에는 세 가지 혁신이 뒷받침됐다.
첫째, 무겁고 큰 하드웨어보다 작고 가벼운 소프트웨어가 승리한다는 신념의 실천이 있었다. 당시 거인 IBM과의 거래가 그랬다. 둘째, 단기적 이익보다 인기(표준화)를 중요시했다.
MS 의 소프트웨어를 헐값으로 장착시켜 당시 소프트업계의 폐쇄적 관행을 깨버렸다. 셋째, 기술보다 장기적 사업 모델과 장래 시장수요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전개했다. 미국 법무부가 몇 해 전 “소비자들의 권리를 우선 고려해 MS에 대한 소송을 모두 취하한다”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세기의 재판으로 알려진 시장독점을 둘러싼 US vs MS 소송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그가 얼마나 독점적으로 시장의 이익을 획득하고 또 얼마만큼의 재산가라는 화제꺼리도 그의 엄청난 기부활동과 미국식 시장경제 논리에 파묻힌 것이다.
오로지 오늘날 IT산업의 화두가 된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그의 ‘예언’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사실이 있을 뿐이다.
haeikrhee@hot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