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6일 수요일

[펌] 똑똑하지만 함께 일할 수 없는 사람

매우 똑똑하고 날카롭고 그에 따른 능력도 있지만 함께 일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이런 공통점이 있다.

 

- 조직 내에서 경멸스러운 자들을 경멸스럽게 바라본다.

- 조직의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그것이 사람으로 인한 것임을 안다.

- 조직의 운용에서 관리자들이 얼마나 노동력을 낭비하고 있는가 크게 고민한다.

- 인간답게 서로를 위해주고 신뢰하는 조직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사라지는 것에 안타까워 한다.

- 엉뚱한 자가 성과를 가로채고 승승장구하는 것에 분노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들은 "자신에 대하여" 또한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다.

 

- 야근을 하고 철야를 하지만 늘 머릿 속에는 '부당하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 자신이 발견한 문제점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를 꺼린다.

- 조직의 일정보다 개인의 일정을 중요시하지만 실천하지는 못한다.

- 가치와 이상을 지향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연봉에 목숨 건다.

- 리더십이 없는 상사를 비판하지만 정작 자신이 리더십을 가진 적은 없다.

- 누군가에게 충고하지도 않고 충고 받지도 않는다.

 

정작 그들은 아무런 실천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 다만 떠들어댈 뿐이다.

 

또한 이러한 자들은 자신이 이런 속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며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할 경우 자신에 대한 모욕이며 몰이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친구를 만나 모든 회사 내의 감정을 털어 놓거나 블로그에 비난의 글을 쓰거나 개인 홈페이지의 포트폴리오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거나 야근을 하며 투잡을 하거나 사람들과 누군가를 비난하는데 시간을 소비한다. 그리고 회사를 떠난다. 이런 자들은 스스로 혹은 남들이 봤을 때도 똑똑하지만 결코 함께 일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나 또한 바로 저런 사람이었다. 보통 이런 글을 쓰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기 변명을 위해 시간을 투자할 이유도 없고 그런다고 더 좋은 논조가 나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난 이런 글을 쓰면서 내 과거를 계속 돌이켜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쓴다. 지금은 완벽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도 반성하고 있고 자신을 바꾸려 노력하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쓸 수 있다.

 

나는 똑똑하고 유능하지만 오래 함께 일하기 힘든 사람이었다. 그런 사실을 많이 들었고 나를 사랑하고 위해줬던 사람들이 끊임없이 충고했지만 내 귀는 닫혀 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알고 있었다. 문제가 외부에도 있지만 내부에도 있다는 것을.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꽤 긴 시간이 걸렸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 짧게는 사회 생활 거의 전부가 소모되었고, 길게는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십년이 훨씬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도 완벽하게 이해를 못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이것은 단순히 '일'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에 대한 문제인 지 모른다.

 

이런 문제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과 노력과 인내심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지혜'가 필요하다. 너무나 똑똑하고 영민하여 오히려 어리석은 삶을 반복하고 있는 그들은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고 자신 이외의 것들에 주목하고 가지는 것보다 버리는 것에 익숙해지는 '지혜'가 필요하다. 왜냐면 그들은 부족하여 힘든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가지려하여 힘들기 때문이다.

 

 

만약 여러분이 '똑똑하여 함께 일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어 보았다면 혹은 그런 느낌에 빠져 보았거나 내가 이야기한 그런 행동과 태도를 취한 적이 있다면 정말 진지하게 충고하고 싶다. 욕심을 버려라. 마음에 욕심이 가득하면 더 이상 담아둘 것이 없게 된다. 바다를 원한다면 그릇을 버려야 한다. 바다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은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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