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글쓰다 직장서 잘린'뜻의 영어단어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오락이자, 타인을 상심케 하고 때로 회사를 곤경에 빠뜨리는 애물단지로도 기능하는 게 ‘양날의 칼’ 블로그다. 영국 BBC 방송 과학 전문기자 조 트위스트는 ‘어렴풋이 나타나는 블로그의 함정(Looming pitfalls of work blogs)’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놓았다. 요지경 세상에 파문을 키우고 있는 블로그 현상의 실상과 미래에 대해 쓴 자못 흥미로운 글이다.
‘blog’란 단어는 지난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올해 들어 메리엄-웹스터 사전에 새로 실린 상용어다. 전세계 블로그 이용자(blogger)는 5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폭증 추세가 가속되고 있다. 반응이 뜨거운 만큼 블로그가 내뿜는 순·역기능의 명암은 극명하다.
블로그는 끝없이 탐닉할 수 있는 자신만의 세계고, 넋두리를 늘어놓을 난장(亂場)이며, 때로 불특정 다수에게 지식·상식을 공급하는 정보마당이다. 영국 런던의 앰뷸런스 근무자 ‘탐’의 익명(匿名) 블로그는 하루 조회수가 4000회를 넘나드는 인기 사이트다. “살인·상해뿐 아니라 자해성 음주·마약복용 등 보통사람들이 생사(生死)를 넘나드는 급박하고도 비밀스러운 공간을 진솔하게 공개한 것이 인기 비결이며, 내 생각이 응급 서비스 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봐 익명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세계적인 마술사와 동명인 영국 경찰 데이비드 커퍼필드는 업무를 통해 맞대하는 재미난 일상과 터무니 없이 많은 서류작업 등을 소개한 블로그로 시민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블로그는 가장 인간적인 얼굴을 한 회사의 간판이자 훌륭한 PR 도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블로그를 예찬함은 덧없고 경박한 일이다. 지난해 11월 US 에어라인(US airline) 근로자 해고 소동은 대표적 사례. 이 항공사 직원으로 ‘하늘의 여왕(Queen of the Sky)’을 자처했던 한 익명 블로거는 ‘회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전파’를 이유로 해직됐고, 미 고용기회균등위원회에 제소해 놓은 상태다.
위와 같은 경우를 빗댄 ‘dooced’란 새 낱말도 등장했다. ‘자신의 블로그·저널·웹사이트 등에 쓴 글로 인해 파면됨(losing your job for something you wrote in your online blog, journal, website, etc.)’이란 뜻이라고 한 인터넷 은어 사전(www.urbandictionary.com)은 풀이해 놓았다.
블로그가 촉발할 쟁송(爭訟)거리는 허다하다. ‘자기만의 칠판’이라고 무심결에 쓴 블로그 게재 글이 명예훼손·비밀누출이나 저작권·상표권 침해 같은 송사(訟事)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대부분 회사들이 “인터넷 오·남용(misuse)을 금한다” 식으로 인터넷 사용에 관한 애매모호한 사규(社規)를 둔 상황에서, 블로그로 인한 해고 사태 자체가 법적 공방을 낳을 소지가 있다.
서글픈 일이지만, 개인 블로그가 조직의 통제를 받는 사태가 익숙해질 판이다. 블로그는 해방 공간으로 남아있을 것인가? 블로그 자체가 도전과 응전, 강제와 해방이란 인류사의 한 축소판이 되는 것은 아닐까?
(박영석기자 yspark.chosun.com)
▶ [BBC 원문] Looming pitfalls of work blo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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