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록밴드가 만든 뮤직비디오가 최근 한국의 중년들 사이에서 소리소문없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 일대 오피스타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뮤직비디오는
일본의 대표적인 인기밴드 ‘미스터 칠드런’이 만든 ‘쿠루미(호도나무)’다.
‘쿠루미’는 2003년 11월 싱글로 발매됐다.
노래는 정작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뮤직비디오는 일본과 한국의 30, 40대 사이에
폭넓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의 중년들이 모인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쿠루미’와 관련한 다채로운 평가가 실려있다.
40대의 한 회사원은 그 사이트에
“일본의 젊은 밴드가 부른 노래가 우리의 심정을 이렇게 잘 대변하고 있는데
대해 감동을 받았다.
동영상을 다운 받아 친구들에게 보냈다”고 적고 있기도 하다.
통기타를 만드는 나무인 호도나무에게 들려주는 말로 구성된 노래 ‘쿠루미’는
이렇게 흘러간다.
시간이 뭐든지 씻어준다면 삶이란 실로 간단하겠지
있잖아 호도나무
그때부터 한번도 눈물은 흘리지 않았어
하지만 진심으로 웃은 적도 별로 없어
어디부턴가 잘못 잠그기 시작해
깨닫고 보니 하나가 남은 단추
똑같이 누군가가 처치 곤란한 단춧구멍을…
만나는 데 의미가 있으면 좋겠어
만남의 수만큼 이별은 늘어나겠지
그래도 희망에 가슴은 떨릴 거야
중년의 상실감을 절절하게 담은 가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뮤직비디오는 이렇게 시작된다.
청춘 시절 밴드활동 경험이 있는 한 중년 사내가 퇴근길에 우연히 쇼윈도에 나와있는
통기타를 발견한다.
일상에 치이고, 삶에 배신 당하고 ‘누군가의 상냥함도 비아냥으로 들리곤’ 하는 시절이다.
중년은 자문자답한다.
‘그런 때는 어떻게 하면 좋지? 좋았던 일만을 떠올리며 자포자기한 채 늙어버린 기분이 들어’.
급기야 통기타를 산 중년은 혼자 저녁을 먹다가 옛 밴드 동료들을 불러모은다.
모두 삶에 치여 허둥지둥 살아가던 친구들은 하나 둘씩 모이고 다시 밴드를 구성해
무대에 선다.
이 노래의 마지막은 이렇게 흘러간다.
‘희망의 수만큼 실망은 늘어나겠지. 그래도 내일 가슴은 떨릴거야’
이 뮤직비디오가 주목받는 이유는 중년의 잃어버린 꿈과 허망한 현실을 잘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뮤직비디오 중에 지금은 슈퍼마켓을 하고 있는 한 밴드 멤버가 커가는 아이와
무서운 부인 눈치 보느라 중년밴드모임 결성자리에 가지 못하다가,
그날 밤 잠자리에서 갑자기 일어나 내복바람으로 눈물을 펑펑 쏟으며 밴드에
참가하는 장면은 한국의 중년들 가슴을 친다.
잃어버린 꿈,
이제는 멀어진 젊은 날의 이상을 다시 한번 붙잡고 싶은 욕망이 치솟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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