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4일 금요일

이젠 네티즌의 신상파악까지 하는가?

 

나는 미네르바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 그의 글도 몇 편 읽어보지 못했다. 그저 그가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놀라울 정도로 예리하게 분석하고 예측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최근에는 바로 그것 때문에 협박과 살해위협까지 받고 있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난다. 그리고 ‘노란토끼’가 달려오고 있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미네르바에 대해 정보당국이 신상파악을 했으며, 심지어 수사와 처벌 가능성까지 검토했다는 뉴스는 소름이 끼친다. 이 정부가 설령 실제로 그를 수사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협박을 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의 신상에 대해 조사하고 처벌을 검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정부가 지닌 파시즘적 광기를 섬뜩하게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이명박 정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상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쓰는 사람들의 신상을 조사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조사 자료를 언제든지 비판자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협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지 모른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에도 그 조사의 대상에 올라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한 나라의 정부가, 그것도 국민이 자유롭게 뽑은 정부가 음습한 그늘 속에 숨어서 개인의 정보를 파내고 그의 신상을 조사하고 심지어 처벌과 구속을 들먹이며 개인의 자유를 공갈과 협박으로 침해할 수 있다면 그것은 사악한 범죄행위이다. 그리고 그 정부는 스스로 민주정부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보당국은 “미네르바가 잘못된 자료를 근거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에게 정확한 통계 자료와 정부의 입장을 전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대강 누구인지는 알아봤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정확한 통계 자료와 정부의 입장을 전해”주려고 알아봤다고? 이명박 정부가 언제부터 일개 네티즌에게 그렇게까지 친절했는가? 걸핏하면 인터넷 실명제라는 이름으로 네티즌에게 재갈을 물리려고 노심초사하는 이 정부가 말이다. 한 마디로 가증스럽다.


솔직히 말해보자. 만약 그 미네르바라는 사람의 글이 그저 그렇고 그런 글이어서 사람들이 그의 글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면 그래도 정부가 조사를 하고 처벌 운운했겠는가? 아니 미네르바라는 사람이 정부의 정책을 열심히 옹호하는 글을 썼다면 잘못된 자료를 근거로 글을 썼다고, 국민을 선동한다고 수사하고 처벌할 생각을 했겠는가? 제발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은 그만두기 바란다.


인터넷에서 글을 쓰는 보통사람들은 제한된 정보로 인해 이따금 잘못된 통계나 자료를 이용한다. 그런데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정부는 어떤가? 이 정부는 촛불시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하거나 감추는 경우가 흔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마치 자기도 주식을 살 것처럼 말하며 주식 투자자들을 선동했다. 게다가 정부가 쏟아놓은 많은 정보는 우연이었던 고의적이었던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잦았다.


그런데 그런 정부의 행위는 어떻게 전혀 문제가 안 되고 네티즌의 사적인 의견은 처벌해야 할 만큼 중요한 범죄인가? 죄로 따지자면 잘못된 정책과 정보로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국민을 현혹한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의 죄가 백번 더 크다. 더욱이 이 정부가 정말 제대로 된 정부라면 미네르바란 사람을 뒷조사할 것이 아니라 청와대로 불러 현 경제문제에 자문이라도 구하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을 것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적반하장이라고 한다.


이 정부는 위기 때마다 자신들의 정책 실패의 희생양을 찾기에 급급했다. 임기 초 강부자 내각이다 고소영 내각이다 하며 마치 떡을 나눠먹듯이 장관직과 청와대 참모직을 갈라먹다 온갖 추악한 비리와 탈법과 불법이 불거지자 이 정부는 엉뚱하게 노무현 정부가 인사정보를 빼돌려서 그렇게 되었다면서 그 탓을 전 정권에 돌렸다.


그리고는 얼마 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이 일자 대통령의 잘못된 외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또 다시 네티즌과 유모차 부대와 시민단체들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그들을 처벌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그러더니 이제 경제 파탄이 일어나니 또 다시 속죄양을 찾고 있다. 그리고 찾아낸 것이 미네르바라는 한 시민이다.


치졸함을 따지자면 이보다 더 치졸할 수 없다. 뻔뻔하기를 따지자면 이보다 더 뻔뻔할 수 없다. 이게 소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정부의 현주소이다. 정말 부끄럽지 아니한가? 정말 무섭지 아니한가?

 

<이하 인터넷한겨레 기사 중 일부>

 

‘50대 초반, 증권맨 출신, 해외 경험’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다음 아고라에서 활약한 경제분야 대표 논객 ‘미네르바’의 실체다. 정보당국은 최근 이같은 그의 신원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네르바는 산업은행이 인수하려던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예견한 것은 물론 현 정부의 잘못된 경제 예측과 처방, 환율, 부동산, 주식,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 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미네르바 신드롬’ ‘미네르바 효과’란 신조어를 낳으며, ‘사이버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렸다.


 <매일경제> 보도를 보면 정보당국은 그의 신상을 파악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미네르바가 잘못된 자료를 근거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에게 정확한 통계 자료와 정부의 입장을 전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대강 누구인지는 알아 봤다”며 신원확인을 사실상 인정했다.


 정부는 그가 잘못된 통계를 인용하거나 근거 없이 정책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고, 그의 글로 인해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돼 경제불안이 가중됐다고 파악하고 있다. 또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 정보를 미리 알고 재산을 불렸다고 지적한 것 등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원본출처: http://hantoma.hani.co.kr/board/view.html?board_id=ht_politics:001001&uid=253444




미틘......아끼히로.....

죽 . 는 . 다 . 진 . 짜 ~

댓글 1개:

  1. trackback from: 정부, 국민
    무엇이 우선일까? 국민? 정부?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친구와 가서 봤던 영화다. 근데 그 때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의미인지 어떤 내용인지 의아해 했다. 아마 지금 개봉했다면 이해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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