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살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나무 몸통 끌어안고 줄을 튕겼지
손끝이 아려도
아랑곳하지 않았네
그 끝에서
붉은 물이 흘렀을 땐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지
하지만 어느새
튕기는 여섯 줄 사이로
흐릿한 하늘이 보이기 시작해
도저히 그만둘 순 없게 되었지
어느새 굳어 버린 손끝이
더 이상 아리지 않게 되었을 때
서투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지
갈라지는 목소리로
서툰 하늘 속에 구름 한 줄 끼워 넣으면
웃음 띤 야유가 온몸을 때려
얼굴에 붉은 물이 들게 하지만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는 건
이미 내 손끝에 맺혀 버린 딱딱한 살과
거기서 피어오르는 하늘을
가져 버렸기 때문이라지
이미 오로지 손끝에서만 볼 수 있는
진짜 하늘을 가져 버렸기
때문이라지
최광원 ㅡ
Queen of Hearts / Giovanni Marr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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