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1일 화요일

보랏빛 숲에 내리는 비


 

 

-  보랏빛 숲에 내리는 비  -

 

 

 

숲에서 얼핏 사랑을 본 것 같았다.


나는 단단한 땅을 떠나, 이미 사라진 사랑의 그림자를 좇아


흔들리는 숲으로 들어섰다.


푸른 침묵이 나를 둘러싸고


이제라도 돌아가라고 소리쳤다.


그대를 따라가지 않았어야 했다.


이 삶을 사랑에 종속시키지 않았어야 했다.


그랬다, 나는 그대에게 내어줄 것이 없었다.

 

은밀한 약속들, 영원의 무게로 닥쳐오는 미래,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 속에서 나는 전부를 잃었다.

 

믿을 수 있는가, 그대,

 

나는 차고 푸른 빗방울로 산산이 흩어지고

 

숲은 더욱 깊어진다.


한 번도 잡을 수 없었던 사랑을 숨긴 채

 

무섭도록 아름다워진다.

 

 

 

황경신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