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0일 월요일

상실의 시대





그녀는 갑자기 나에게 안아 달라고 했다.
왜? 하고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나를 충전시켜 줬으면 좋겠어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

충전?

몸에 전기가 부족해요.
누군가에게 충전을 받지 않으면 안 돼요.
그렇지 않으면 이제 더이상 살아갈 수 없어요, 정말이에요.

그렇지만 말이오.
당신은 다음 주에 결혼 하잖소.
그 사람에게 얼마든지 안아 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매일 밤 안길 수 있잖소.
결혼이라는 것은 그 때문에 있는 것이지. 앞으로 전기가 부족한 일은 없을 거요.

그녀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입술을 꼭 다물고, 그냥 자기 발끝만 가만히 보고 있을 뿐이었다.




<태엽감는새 중 -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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