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의 저작권

디지털시대의 저작권 김규성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사무총장

변하는 패러다임 ▲ 김규성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사무총장  ⓒ 학교나 직장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책과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겠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고 반납하는 행위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익숙한 일상생활이다. 최근에는 초고속 인터넷으로 무장한 현재의 네트워크 환경덕분에 별다른 수고와 특별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이러한 것들이 가능해졌다. 디지털 정보로 된 책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네트워크 환경 속에 널려있고 누구나 그 책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책을 보려고 하는 사람에게 언제나 대출가능이다. 접근하는 사람의 수에 제한이 없어진 것이다. 보고 싶은 책이 대출 중이라서 빌려보지 못하는 불편함도 사라졌다. 이렇듯 과거의 책이 갖는 한계를 네트워크 환경으로 극복했다. 언뜻 보기에, 이것은 소비자들에게는 기막힌 일이다. 전 세계의 도서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전자적 장서를 하루 24시간, 1년 내내 가정의 컴퓨터에서도 대출마감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기술의 진보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저작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와 시장을 열어줄 수 있다. 하지만 저작자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의 네트워크 환경이 전 세계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할 경우에 얼마나 많은 저작물의 복제물이 범람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그 동안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가졌던 아날로그 저작물의 유통이 디지털 복제물 하나로 대체되는 것이다. 아날로그 시장이 사라져버리면 기존의 저작자들은 바뀐 디지털 환경에서 과연 얼마나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을까? 바뀌는 저작물의 형태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화하면서 저작물의 형태가 바뀌었다. 이에 따라 복제물의 형태도 바뀌었는데 디지털 복제물의 가장 큰 특징은 복제를 하더라도 원본의 품질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동과 보관이 쉽고 현재의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전송이 자유롭다. 디지털 복제물은 그것이 완벽한 원본이 되는 것이고 그것 하나하나가 다른 완벽한 복제물을 위한 씨앗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술의 발달로 아날로그 시대에는 상당한 투자와 범죄 의사가 있어야 가능한 정도의 복제를 디지털 시대에는 쉽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지털 복제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면 크게 일시적 복제와 영구적 복제로 구분할 수 있다. 영구적 복제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일시적 복제에 관한 문제는 조금 복잡하다. 현재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는 일시적 저장은 복제의 정의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일시적 복제는 로컬 시스템의 디스크에 있는 정보를 메모리로 불러들일 때 일어나는 복제와 원격 컴퓨터에서 전송된 정보를 메모리에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일시적 복제에 대한 판단 그렇다면 일시적 복제는 불법인가? 네트워크 환경에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어날 수 있는 일시적 복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하나? 이 문제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디지털시대에는 저작물에 대한 소유를 어떤 형태로 봐야하는지에 대한 개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책, 레코드 테이프, CD처럼 유형물에 콘텐츠가 고착된 것은 사용자가 구매하면 사용자의 소유가 된다. 구매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그 콘텐츠의 사용 허락을 저작권자에게서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 콘텐츠에 대한 완벽한 소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단순히 저작권자가 인정한 범위 내에서의 사용 허락만 받는 것이다. 디지털 저작물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하면 불법인지 불법이 아닌지에 대한 문제도, 그러한 일시적 복제가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하는 복제권의 침해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인터넷 웹서핑을 할 때 발생하는 일시적인 복제는 콘텐츠의 저작자가 묵시적으로 허락하였다고 볼 수도 있지만,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이 사용계약이 필요한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저작권에 대한 논란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복제권 및 전송권 제한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시적 복제에 대한 권리 부여를 유보하는 입장이지만 EU는 일시적 복제에 대해서 복제권을 부여하고 있고 미국이나 일본도 반우회금지조항을 통해서 인정하고 있다. 즉 일시적 복제도 불법이 된다는 것이다. 사용자의 노력도 필요 이렇듯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이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많은 문제점에 대해서 사용자 역시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정보기반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사적인 침해를 매우 쉽게 만들고, 이를 발견하거나 저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개인의 행위와 인식이 중요해졌다. 따라서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고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재산권법이 단순 명료하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야 한다. 또한 일반 사용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저작권 침해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태도에도 계도와 변화가 필요하다. 결국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은 사용자의 인식변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디지털 저작물,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디지털 컨텐츠에 대한 기술적 보호 방법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개선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보호조치를 무력화시키는 기술 또한 계속 대두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이와 같은 디지털 컨텐츠를 보호하고 저작자들에게 창작의욕을 불어넣는 방법은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다. ‘컨텐츠는 재화다’라고 생각하는 인식을 스스로 가지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양질의 컨텐츠를 생산해도 그 성과에 대한 아무런 대가도 기대할 수 없다면 컨텐츠의 공급은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 결국 사용자 자신들도 손해를 보게 된다. 디지털 컨텐츠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디지털 컨텐츠에 대한 딜레마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