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30일 월요일

[펌] 싸이월드 붐에 대한 마케팅적 이해

1. 들어가며

최근 싸이월드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다. 심지어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싸이(싸이월드의 준말)’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정도로, 싸이월드는 유행을 넘어 문화의 수준에까지 이르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글은 이러한 싸이월드로 대표되는 블로그의 활황 현상 이면에 내재해 있는 젊은이들의 심리는 무엇인가 파악해보고, 이의 간략한 마케팅적 의미를 도출해보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LG애드에서 매년 실시하고 있는 CPR(Consumer Profile Research)과 각종 2차 자료를 활용하였다.

2. 싸이월드의 현황과 특징

싸이월드는 월간 순방문자 기준으로 2002년 11월 약 250만 명에서 2003년 10월 약 620만 명에 이를 정도로 1년 사이에 2.5배 가량의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2004년 3월 회원수가 675만 명에 달하는 등 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싸이질(싸이에 로그인해서 활용하는 행동)’이나 ‘싸이 폐인’과 같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젊은이들 사이에 커다란 트렌드로 자리하게 되었는데, 밤새 싸이월드 내에서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블로그)를 꾸미고, 컨텐츠를 업데이트하거나, 자신의 ‘1촌’이나 다른 사람들의 미니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그 내용을 보느라 몇 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싸이월드는 기존 인터넷 사이트의 대표격인 ‘다음’과 ‘프리챌’을 누르며 네티즌들의 사이버 문화를 바꾸어가고 있다. 그런데 ‘다음’과 ‘프리챌’이 같은 관심이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커뮤니티에 기반한 사이트인 반면, 싸이월드가 제공하는 개인 미니 홈페이지는 네티즌 하나 하나가 자신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또한 커뮤니티는 네티즌들이 명시된, 혹은 암묵적으로 합의된 주제에 대해서 서로 간의 의견이나 정보를 공유하며 성장하는 데 반해, 개인 미니 홈페이지는 일정한 주제 없이 각자의 공간에서 자신의 관심에 대해, 심지어는 개인의 사소한 일상을 형식(대부분 사진)에 상관없이 적어가는 것이 또 다른 차이점이라 하겠다.



3. 싸이월드에 내재된 심리 기저

그럼 과연 어떤 계층이 이러한 싸이월드 현상에 중심에 있는지 확인하고, 싸이월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저변에 존재하는 심리적 욕구를 CPR(Consumer Profile Research)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싸이월드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계층은 <그림 2>에서와 같이 연령별로는 19~29세가 79%를 차지할 정도로 대부분임을 알 수 있으며, 성별로는 40:60의 비율로 여성의 비중이 높음을 알 수 있다<그림 3>.

그러면 왜 이렇게 20대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이 싸이월드에 열광하는 것일까?
20대들은 <그림 4,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르는 사람과도 어울리기를 좋아할 만큼 사교적인 성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성향이 온라인 상으로 이어져 인터넷에서 커뮤니티/만남을 추구하는 경향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성향이 ‘1촌 맺기’라는 기능으로 대표되는 싸이월드 내에서의 사회성, 즉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자신과 가까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여 사이버 상에서 일종의 인간관계를 구현한다는 것에 대한 매력으로 이어진 것이라 분석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커뮤니티에서의 회원들 간의 관계가 일차원적인 평면이었다면, 싸이월드에서의 관계는 평면이 아니라 계층이 있는 다차원적인 것으로서, 나와 친분이 깊은 사람들, 즉 1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구분하는 현실에서의 그것과 사뭇 비슷하게 구현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그러한 관계의 범위가 일정한 것이 아니라 1촌들의 1촌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파도타기’기능이 존재하며, 이를 통해서 오프라인에서 친구의 친구들과 어울리듯이 싸이월드 내에서 자신의 친분관계를 넓혀갈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은 싸이월드의 인간관계가 단순히 오프라인의 연장이 아닌 사이버 상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준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렇듯 싸이월드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사회성은 20대의 관계지향적인 니즈에 부합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고, 그것이 바로 ‘싸이월드의 문화화’를 잉태한 밑거름이 되었다 할 수 있겠다.




두 번째로, <그림 6, 7>에서 보듯이 연령대가 낮을수록 ‘남의 주목을 받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쓴다’는 항목에 대한 동의 정도가 높게 나타나는데, 여기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여자가 남자보다 남들의 시선에 대한 욕망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령 및 성별 특징으로부터 싸이월드의 또 다른 성공요인을 짐작할 수 있다. 즉 남들로부터의 인정, 부러움을 사고 싶은 자기 과시에 대한 욕망이 바로 그것이다.

싸이월드 내에서 자기의 세세한 사생활을 담은 글이나 사진을 1촌만이 아니라 일반에게 공개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와서 내 사진을 보고 내 글을 읽는지 확인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당당히 자신을 내보이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건 아마 자신의 사생활 노출에 대한 우려보다는, 남들이 자기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고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만족감이 더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하겠다. 그래서 그들은 홈페이지에 뜨는 인기도(Famous·Erotic 등) 점수가 올라가는 데에 대해 적지 않은 행복감을 느끼고, 그 점수를 더욱 더 올리기 위해 방문자들을 위해 좀더 새로운 글, 흥미를 끌 수 있는 사진을 포스팅하려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것에 상응하여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싸이월드의 이러한 성격은 기존의 다른 예에서도 쉽게 드러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경우로 온라인 게임을 꼽을 수 있다. 사실 어떤 사람이라도 남들이 봐주지 않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무언가를 이루기보다는, 자신이 만들어내고 이룬 업적을 다른 사람들이 봐주기를 바라고 이에 대한 평가를 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혼자서 하는 게임의 경우는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더 이상 흥미를 느끼게 되지 못하는 것에 비해, 온라인 게임의 경우 자신의 캐릭터가 성장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보고 평가하며 부러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많은 게이머들의 중독 현상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인데, 이것이 싸이월드의 미니 홈페이지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그 동안 가장 널리 즐기던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에 빠져 현실생활을 등한시하는 ‘리니지 폐인’과 유사한 개념의 ‘싸이폐인’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여성의 경우 짧은 치마를 입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즐기며, 그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 또한 비슷한 욕망에 근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요약컨대, 20대 젊은이, 특히 여성들에게 싸이월드의 미니 홈페이지가 붐을 이룬 가장 큰 요인이 ‘관계지향성’과 ‘자기 과시에 대한 욕망’이 그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4. 싸이월드 문화의 마케팅적 적용

싸이월드 문화가 가진 마케팅적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싸이월드와 같은 블로그가 지닌 마케팅 매체로서의 매력, 둘째, 20대, 특히 여성에게 강력하게 소구할 수 있는 메시지를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마케팅 매체로서의 싸이월드와 같은 블로그가 지닌 매력을 살펴보자. 이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를 채울 수 있는 이슈를 찾는 속성을 가졌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이슈가 1촌 방문 및 파도타기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그 접촉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마케팅에서 구전(口傳)의 효과는 이미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증명된 바 있는데, 싸이월드와 같은 블로그는 단지 소비자의 입에서 온라인 상의 미니 홈페이지로 전달 도구가 바뀌었다는 차이만 있을 뿐, 구전의 메커니즘과 거의 동일한 프로세스를 보인다.

그럼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싸이월드를 통해 한가지 이슈에 접할 수 있는지 아주 단순한 계산을 통해 살펴보자. 한 가지 이슈가 다섯 사람에 의해 노출되고, 싸이월드에 미니 홈페이지를 가진 사람들이 각각 다섯 명의 1촌을 가지며, 이들이 이 이슈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옮겨놓는다고 가정하자. 그럼 파도타기를 통해서 7번만 전파되었다고 하더라도, 5의 7승의 사람, 즉 78,125명의 사람들이 보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앞서 가정한 조건들을 제외하고는 전혀 고려치 않은 단순 계산에 불과하지만, 싸이월드 내의 전파력을 가늠해 보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사람들은 소스의 신뢰성에 의해 그 내용을 믿는 정도의 변화가 크다고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이 자발적인 전파자라는 것에 좀더 큰 의미를 부여해도 될 것이다.

이러한 마케팅 효과를 알아보고 싸이월드를 주요한 매체로 이미 이용한 사례는 구전의 효과가 크다고 알려진 영화 흥행 분야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가능한 광고나 홍보라는 느낌을 없애기 위해 영화의 미니 홈페이지가 아닌 주연배우의 미니 홈페이지를 열어 네티즌들에게 이슈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투가이즈>의 박중훈 미니 홈페이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성현아 미니 홈페이지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최근에는 정치권 역시 싸이월드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정치인의 미니 홈페이지에서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를 네티즌들에게 노출시키고 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우에도 최대한 광고나 홍보라는 낌새를 눈치 채이지 않는다면 그 가능성이 크며, 따라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두 번째로, 싸이월드 문화 자체에 내재된 20대, 특히 여성의 심리를 파악한다면 그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소비자 인식 상 포지셔닝을 설정하기가 용이할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싸이월드는 그들의 관계지향적 성향과 자기 과시에 대한 욕망의 발현이 가능하다는 데에 가장 큰 특징이 있다. 그리고 이는 결국 그들을 타깃으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들 사이에서 유리하게 자신을 위치시킬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20대들의 특성을 이용한 광고가 선보이고 있는데, 관계지향적인 성격을 이용한 것의 대표적 사례로는 하이트와 같은 맥주광고를 꼽을 수 있다. 또한 자기 과시에 대한 욕망의 충족을 건드린 광고는 제품군에 상관없이 다양하게 찾아 볼 수 있는데, 특히 20대 여성들이 주 소비자인 화장품·샴푸 등의 미용상품 광고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5. 맺으며

지금까지 싸이월드 미니 홈페이지의 활성화가 가지는 심리적 기저와 이의 마케팅적 의미를 간략히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결국 싸이월드가 어떤 절대적 가치를 지녀서 그런 성공을 이루어냈다기보다는, 그들의 타깃이 지닌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여러 도구들 중 적절한 하나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는 곧 앞으로 어떠한 상품이나 서비스든, 정말 간단한 것이라도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켜줄 수 있다면 큰 성공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며, 이에 마케터들은 그러한 욕구를 발견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더욱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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