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세계화와 유럽차원의 대응: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원과 역할 및 한계를 중심으로*
성태규/정병기
『국제정치논총』 제43집 3호(2003.9.30), pp.189-209.
pdf화일로 보기
<차 례>
I. 서론
II. 유럽금융시장의 변화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성립
1. 브레튼우즈체제(Bretton Woods System)의 붕괴와 유럽통화제도(EMS)의 성립
2. 금융세계화와 유럽금융시장의 변화
3. 금융시장체계간 갈등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성립
III. 유럽중앙은행(ECB)의 구조와 기능 및 그 효과와 한계
1. 유럽중앙은행(ECB)의 구조와 기능
2. 유럽중앙은행(ECB)의 구조.기능상의 효과와 한계
IV. 유럽중앙은행(ECB)의 주요 정책과 금융세계화에 대한 대응
1. 유럽중앙은행(ECB)의 주요 정책
2. 금융세계화에 대한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의 성과와 한계
V. 결론
|
<요 약>
유럽의 금융시장통합과 화폐통합은 금융세계화에 따른 유럽의 대응이자 자유주의적 금융시장체계를 확립해 가는 과정이다. EMS 도입기에 미국 주도의 금융세계화에 따라 미국과 유럽의 금융시장체계간 갈등이 지속되었다면, 유로달러시장이 성장한 이후에는 영국이 국제금융시장을 내화하고 독일과 프랑스가 대항 동맹체제를 형성함으로써, 영국과 미국의 금융시장체계와 독일과 프랑스 동맹체제 중심의 대륙금융시장체계가 경쟁하게 되었다. 이러한 금융시장체계간 갈등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설립과정을 규정지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기능과 정책집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통화통합과 ECB의 설립은 동맹체제가 이미 암시하고 있듯이 동맹체 내에 갈등을 잉태한 출발이었으며, 동맹체제 내에서도 독일의 입지가 강화된 형국이었다. ECB는 국가 중앙은행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의 약한 기능과 권한을 위임받는 데 그쳤으며 정치적 중립도 지켜질 수 없었다. 더욱이 재정권한이 각국 정부에게 여전히 귀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불안정성의 해소는 결코 용이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금융세계화의 조건에서 유럽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한 ECB의 역할은 여전히 독일 금융시장체계의 작동여부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은 분명하지만, 프랑스의 견제뿐만 아니라, 각 회원국들의 불균등발전이 심화될 경우 이 국가들의 도전과 압력에 직면한다고 할 수 있다.
핵심어: 유럽중앙은행, 경제통화동맹, 유로화, 유럽금융시장, 금융시장체계, 체계 갈등
Financial Globalization and European Response: Origin, Role and Limit of the European Central Bank
The financial and monetary Integration in Europe is the process in which Europe responds to the financial globalization and establishes the liberalistic system of financial market. Since the enlargement of the euro-dollar market due to the english domestication of the international financial market competes the financial market system of the United Kingdom and the USA with the continental-european financial market system in which the coalition of Germany and France plays the prominent role, while the conflict between the US-american and european System because of the globalization led from the USA in the time of the introduction of EMS had continued. This conflict between the financial market systems not only determines the process of establishment of the ECB, but has an influence on its function and implementation of the policy. On the other side german hegemony and therefore another conflict are contained in the coalition from the outset. The ECB does not have any comparable authority and function to the NCBs and even its political independence is not guaranted. Further the financial authority belongs to the respective state and therefore it is not simple to manage this instability. Thereupon the role of the ECB to stabilize european financial market under the conditions of the financial globalization faces stronger challenge and greater pressure from France and the other member states despite of large influence of the german financial market system, if the unequal development between the member states is intensified.
Keywords: ECB, EMU, EURO, european financial market, system of financial market, battle of the systems. |
I. 서론
세계화 시대에는 상호의존이 심화됨으로써 초국가적 현상들의 영향과 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상호의존관계의 다른 한편에서는 지역간 갈등을 블록화하는 움직임뿐만 아니라, 블록내 국가들간에도 새로운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금융세계화도 이러한 시대에 그 중요성을 더해 가는 대표적 현상 중의 하나이며, 특히 지역 블록화를 통해 더욱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 유럽의 금융시장과 경제통화동맹(Economic and Monetary Union: EMU)이다. 그리고 금융세계화에 대한 유럽 차원의 대응과 관련해 EMU의 사령부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 유럽중앙은행(ECB: European Central Bank)이다. 따라서 이 글은 금융세계화에 대한 유럽 차원의 대응을 ECB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 때 EMU의 성립과정은 ECB의 구조적 성격과 정책적 특징을 규정하는 초기조건 및 진행과정상의 영향요인으로 고찰된다.
이 글의 문제제기는 EMU와 ECB의 성립이 브레튼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의 내적 모순과 붕괴에 따른 서유럽적 대응에서 비롯된 지역내 환율고정방식으로 선택되었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EMU 성립의 직접적인 계기는 가속화되는 금융세계화의 과정에서 유럽통화제도(European Monetary System: EMS)의 경험을 살려 자본통제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포기하면서 환율안정을 취하려는 시도였다. 이른바 “삼위일체 불가능성(impossible trinity)”의 상황에서 지역내 환율을 고정하는 방식으로 EMU가 구상되었다는 것이다.1)
그러나 삼위일체 불가능성의 상황이라 할지라도 왜 유럽 국가들은 같은 환율안정책인 달러통용제나 일반고정환율제도, 혹은 자본자유화를 취하되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식인 자유변동환율제, 아니면 환율안정과 통화독립성을 동시에 추구하며 자본통제를 하는 준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지 않았는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포기하면서도 왜 재정정책상의 독립성은 인정하는 ECB의 구조가 생겨났는가? 굴지의 금융시장체계를 가진 영국은 왜 유럽금융시장체계에 결합하지 않았는가? 또 EMU와 ECB는 출범이후 현재까지 어떻게 유지될 수 있었고, 구체적으로 금융세계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그 전망은 어떠한가?
이러한 문제들은 유럽금융시장을 하나로 묶어주는 외부효과인 미국 금융시장체계와 유럽 금융시장체계간의 갈등과, 영국 금융시장체계와 대륙유럽 금융시장체계간의 갈등, 그리고 유로화권역 내의 독일과 프랑스의 주도적 역할 및 이들과 여타 국가들간의 관계를 보지 않고는 설명될 수 없다.2)
EMU와 ECB는 유럽의 정치통합 과정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기보다 금융세계화와 국제통화체제 변동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에서 출발했지만, 그 추진과정에는 유럽 각국의 민족국가적 이해관계도 작용해 왔다. 따라서 EMU와 ECB에 대한 분석은 국제경제학적 접근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국제정치학적 접근도 요구되며, 역사적 과정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EMU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들은 국제통화체제의 변동과 금융세계화에 초점을 둔 국제경제학적 연구나 EU로 대표되는 정치적 통합의 한 요소로 접근하는 국제정치학적 연구가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이 대부분을 차지해 왔으며, ECB에 대한 국제정치경제학적 연구도 역사적 과정을 천착하는 방식으로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 글은 ECB와 그 성립 배경이자 과정으로서의 EMU에 대한 학제적 접근을 통해 금융세계화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면서 각 민족국가들간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각축하는 장으로서 유럽의 통화통합과정과 중앙은행 창설과정을 국제정치경제학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글의 순서는 우선 ECB의 성격을 조건지은 배경적 요인이 되는 EMU의 성립과정을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다음 장에서 ECB의 구조와 기능을 상세히 논하고 그 효과와 한계를 짚어 볼 것이며, 마지막으로 ECB의 구체적 금융통화정책을 분석하여 금융의 자유화와 세계화에 대응하는 정책적 성과와 한계를 고찰할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영.미 금융시장체계와 독.불 중심의 대륙금융시장체계간의 갈등으로 형성된 EMU와 그러한 초기조건과 민족국가간 갈등의 영향을 받는 ECB의 구조기능적.정책적 성과와 한계를 정리하면서 ECB의 성립과 유지 및 전망을 밝힐 것이다.
II. 유럽금융시장의 변화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성립
1. 브레튼우즈체제(Bretton Woods System)의 붕괴와 유럽통화제도(EMS)의 성립
유럽의 경제통화동맹은 브레튼우즈 체제가 작동하고 있었던 1962년에 EU집행위원회가 단일통화제도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시작되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비대칭적 고정달러본위제인 브레튼우즈 체제의 두 가지 내적 모순에 대한 자구책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트리핀(R. Triffin)이 지적한 유동성 딜레마가 그 첫 번째이고, 국제수지와 환율조정에서 미국과 여타 선진국간에 존재했던 비대칭성이 그 두 번째이다.3)
우선, 국제경제의 확대를 위해 세계경제에 충분히 공급되어야 하는 국제유동성이 브레튼우즈 체제에서는 미국의 국제수지적자에 의해 공급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국제수지적자가 확대됨으로써 달러의 신인도가 하락하고 달러와 금의 태환요구가 야기되었다. 이것은 국제수지적자를 억제할 경우, 달러의 신인도 문제는 해결될 수 있으나 국제유동성 공급이 감소하여 세계경제규모의 전반적 축소가 야기되는 딜레마의 상황을 의미했다. 유럽통화통합의 더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비대칭성의 문제이다. 미국은 전후 고도경제성장의 위기가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고 유럽국가들간 평가설정이 오히려 달러화의 과대평가를 야기하자 1971년 금과 달러의 태환 중지를 선언하면서 달러의 대폭적 평가절하를 단행하였다.
이로써 서유럽은 이후 단일통화제도 논의를 촉발시킨 두 가지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미국이 달러본위제를 원칙의 준수 없이 유지하고자 한다면 국제통화체계의 무질서가 야기되는 한편, 외환제약과 국제수지제약상 미국과 서유럽의 비대칭성에 의해 작동하고 있었던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그 조정부담은 서유럽 국가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환율변동폭을 확대하는 보완조치를 통해 고정환율제를 계속 유지하고자 했으며, 이러한 시도는 1971년 12월 대 달러 변동폭을 2.25%로 확대하고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기로 합의한 스미소니안 협의(Smithonian Agreement)에 의해 일시적으로 실현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그 조정부담이 서유럽에게 전가되어 유럽공동체 역내통화간 변동폭이 9%에까지 이르게 됨으로써 유럽통화단위(European Currency Unit: ECU)의 불안정화와 역내경제협력을 어렵게 만들었다. 따라서 서유럽 국가들은 대칭적이고 안정적인 고정환율제를 실현하는 방향(역내통화간 변동폭도 스미소니안 체제의 대 달러 변동폭과 동일한 2.25%로 유지하는 스네이크(Snake) 시스템, 즉 공동변동환율제)으로 선회하였다가, 얼마가지 않아 공동변동환율은 유지하되 대 달러 고정환율을 포기함으로써 스미소니안 체제로부터도 완전히 이탈하였다.
그러나 이 공동변동환율제 역시 유럽내 약세통화국에게 과도한 평가절상 압력을 주는 등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가맹국의 이탈과 가입이 빈번하게 번복됨으로써 환율동맹으로 전락하였다. 그래서 이 이탈경향을 막기 위해 환율조정부담을 흑자국(강세통화국)과 적자국(약세통화국)이 대칭적으로 부담하는 제도가 필요하게 되었다. 경제통화동맹(EMU)으로 연결되는 유럽통화제도(EMS)가 창설된 것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1979년 3월에 창설된 EMS는 유럽통화단위 ECU의 창출, 환율조정기구 ERM(Exchange Rate Mechanism)과 결제.신용체제라는 세 가지 요소에 의해 이루어졌다.4) ECU는 가맹국통화의 바스켓방식으로 구성된 복합통화단위로서 각 통화의 구성단위수가 고정되어 있는 표준바스켓이었다. ECU구성에 참가한 나라는 대 ECU 중심환율을 가졌고, 이 중심환율이 다른 참가국의 시세에 연결되어 참가국간의 상호환율이 결정되었다. ERM은 공동환율제와 유사한 측면도 보였지만, 대 ECU 괴리지수를 설정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다. 대 ECU 괴리지표란 각국 통화의 대 ECU 시장환율의 대 ECU 중심환율로부터의 괴리율을 각 통화에 대해 설정되었던 최대괴리폭과 대비한 수치(%)로 표현되는 것으로서, 참가국간의 비대칭성에 따른 약세통화국의 조정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 달러와 유럽 통화들간에 비대칭성 문제가 드러났듯이, 이 괴리지표도 유럽내 강세통화와 약세통화간의 비대칭성을 제거하는 데 큰 기여를 하지는 못했다. 실제 ERM 참가국들은 ECU 괴리지표보다 마르크화와의 한계점을 더 중시했으며, 독일도 다른 유럽통화에 대한 환율보다는 달러화에 대한 환율관리에 관심을 집중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 여타 유럽국가들의 달러환율 유지도 마르크화와의 시세 유지를 통해 이루어졌다. 기본적으로 EMS는 독일의 경제정책(인플레이션, 물가안정, 고이자율정책)에 의해 규정되어 온 것이다.5) 이렇게 볼 때 EMS는 형식상 역내국간의 대칭성을 지향하였을 뿐, 실제로는 독일과 여타 유럽국간의 비대칭성에 의해 지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점은 ECU의 전환을 통해 이루어진 유로(EURO)의 경우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단일통화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잠재적인 불안요소로 남아 있다.
마지막의 결제.신용 체계와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구는 유럽통화협력기금(European Monetary Cooperation Fund: EMCF)이다. EMCF는 가맹국이 보유한 금과 달러준비금의 20%를 예탁 받고 그 반대급부로 ECU를 발급하였다. EMS 가맹국들은 이 ECU를 회원국들간의 결제수단으로 삼았는데, 이렇게 창출된 ECU를 공적 ECU라고 한다. 그러나 공적 ECU는 결제수단으로 거의 기능하지 못했으며 실제로는 여전히 미 달러나 마르크화가 개입통화로서 더 많이 사용되었다. 한편 EMS 내에서 정식으로 제기되지 않은 ECU, 즉 사적 ECU의 이용이 예상외로 주목을 받았는데, 공적 ECU의 통화바스켓이 ECU표시채권, ECU표시은행간예금 등의 형태로 금융시장에서의 표시통화와 수출입에서의 표시계약통화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적 ECU의 활성화는 이후 EURO화 창출에 영향을 미친 긍정적 측면으로서, 1980년대 금융세계화에 따른 유럽금융시장의 성장을 반영한 것이었다.
결국 EMU의 전단계인 EMS의 창설은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나타난 미국과 서유럽간 비대칭성 문제의 내적 모순에 기원을 두며, 직접적으로는 미국의 헤게모니가 약화되는 시점에서 나타나는 세계경제위기와 조정부담에 대한 서유럽의 자구 노력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세계화에 힘입어 사적 ECU가 EURO화 등장의 긍정적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EMS 또한 서유럽 내의 마르크화를 둘러싼 새로운 비대칭성의 문제를 안고 있었으며, 그것은 EMU 체제에서도 잠재된 위험으로 남아 있다.
2. 금융세계화와 유럽금융시장의 변화
금융에 있어 세계화의 의미는 세 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6) 첫째 지리학적 의미에서 금융시장의 통합이다. 이 때 각국은 지구화된 시장의 ‘마을(Dorf)’로 전환되며, 이는 곧 자본이동의 자유화를 의미한다. 이것은 국제적 거대은행의 출현, 세계적으로 통합된 금융시장 등의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 둘째는 국내 금융체계의 자유화와 탈규제화이다. 이것은 자유로운 매각과 통합뿐만 아니라 정부의 모든 규제로부터 자유화됨을 뜻한다. 셋째, 의사소통수단과 정보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국내적 시장탈규제와 국제적 자본이동통제의 지양이 동시에 일어난다. 효율적이고 거래에 구애받지 않는 대형 금융거래의 발달은 본질적으로 제도와 조직의 측면에서 은행의 국제화와 대형화로 대변되는 국제금융체계의 변화와 세계금융시장의 통합을 배경으로 한다. 오늘날 국제금융체제는 뉴욕, 런던, 프랑크푸르트, 일본과 같은 소수의 도시에 신경센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도록 지구의 구석구석까지 금융거래망을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세 번째가 현대에는 가장 중요한 측면이기도 하다. 이러한 금융세계화가 빚어낸 현상은 국가간, 시장간, 대출시장-주식시장간, 금융산업간에 상호 금융종속을 유발하는 한편, 개별 금융중개자간 및 금융업계그룹들간의 국경을 넘는 경쟁을 심화시킨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은 대형화와 세계적 시장확대를 추구하는 동시에, 세계적 자원을 기초로 한 국지적 서비스공급을 통해 지역시장 확보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금융서비스 분야에서도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중요한 관건이 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금융서비스의 다양화 경향으로 대표된다. 다양화 전략은 단순히 은행서비스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겸업주의를 지향하여, 고객이 요구하는 다양한 서비스상품 개발과 새로운 시장개발을 추구한다. 이것은 ‘범위의 경제’와 ‘규모의 경제’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지역상황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여 범위의 경제 효과를 추구하는 동시에 은행의 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추구하는 것이다.7)
브레튼우즈 체제에서는 국가에게 외환과 더불어 금융자본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기 때문에 금융자본의 자유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금융세계화의 본격적인 도입은 1970년대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되고 점차 변동환율제도로 전환하자, 제한적 금융질서가 와해되고 국제금융시장이 급성장하는 것과 때를 같이했다.8)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가들은 자본자유화와 금융자유화를 도입하였고, 정보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1990년대 이후 금융자본의 자유화는 가속화되었다.9)
금융세계화를 시기구분에 따라 그 주요특징과 조치 및 유럽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을 간추려 보면 <표 1>과 같다. 먼저 도입기에 해당하는 1960년에서 1979년에 이르는 시기는 미국의 금융자유화를 시작으로 폐쇄적인 민족국가적 혹은 국가적 성격을 갖는 국민적 제도들이 유로달러시장10)에 의해 간접적으로 통합되는 과정을 특징으로 한다. 이 시기에는 상술한 바와 같이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되고 변동환율제가 도입되었으며, 유로달러시장과 선물이나 스왑과 같은 파생금융상품이 출현하였다. 유로통화시장의 태동은 1957년 영국 파운드화의 위기로 인해 미 달러가 유럽에 유치되기 시작하면서 유로달러에 대한 예금시장이 형성된 것을 직접적인 계기로 했다. 이외에도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로 인해 유럽으로 미 달러가 유출되었고, 서유럽의 경제부흥으로 미 달러에 대한 자금수요가 증가했으며, 외환통제 완화로 외환의 보유와 거래가 비교적 자유로워지면서 미 달러에 대한 수요가 확대된 것도 유로달러시장의 형성과 성장에 기여하였다.11)
<표 1> 금융세계화의 단계별 특징과 조치 및 유럽금융시장에 대한 영향 |
|
도입기: 1960~1979 |
진전기: 1980~1985 |
가속화기: 1986 이후 |
주요 특징 |
- 폐쇄적 국민적 제도
- 유로달러시장에 의한 간접 통합
- 미국, 금융자유화
|
|
- 금융시장 기제의 강화
- 금융시장들, 금융세계화과정에의 통합
|
주요 조치 |
|
|
|
유럽금융시장에 대한 영향 |
- 부동산 시장에 특화한 영국 제2금융 은행들의 위기(1973 말~1974)
- 독일 Herstatt 은행 파산, 외환시장에서의 손실, 유로달러시장 동요(1974년 6~7월)
|
- 제3세계 채무위기의 유럽은행들에 대한 반향은 그 노출정도에 따라 다양하나 제한적, 그러나 재무제표상 부채는 증가
|
- 부동산 시장의 붕괴, 스위스와 노르웨이 및 프랑스 은행들의 대곤란
- 막대한 외환투기로 유럽통화제도 파탄(1992년 5~10월)
- 프랑스 프랑에 대한 강력한 투기(1993년 여름)
- 영국, 1992년 파운드 위기와 ERM 탈퇴
|
출처: Chesnais(2002a), p.30과 Chesnais(2002b), p.289를 재정리 |
그러나 미국의 금융자유화를 시작으로 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유럽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특히 유럽금융시장을 주도하는 영국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쳐 부동산 시장에 특화한 제2금융 은행들의 위기를 가져왔으며, 독일에도 헤어슈타트(Herstatt) 은행의 파산과 같은 충격을 주었다. 더욱이 두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인해 국제수지가 악화됨에 따라 유럽 각국은 외환관리를 강화하고 자본이동을 규제하였다. 역내 경제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한 유럽은 외환시장의 안정을 기하기 위해 1979년 EMS를 설립하여 경상 및 자본 거래에 있어 역내 통화의 태환성 확보와 회원국간 환율의 안정을 도모할 목적으로 ERM을 도입하였다.
1980년 전반기에 해당하는 진전기에는 금융자유화에 따라 시장금융과 국민적 제도들이 상호연계하여 금융세계화가 동시적으로 이행된 시기이다. 영국에서도 미국에서처럼 통화주의가 시행되었고, 자본과 이자율을 비롯한 전반적 자유화가 진전되었으며, 금융파생상품이 급성장하였다. 금융세계화의 진전이 제3세계의 채무위기를 초래한 것과 달리 유럽은행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으나, 유럽은행들도 재무제표상의 부채가 증가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 시기는 두 차례의 유가파동과 자본주의 축적위기에 의해 유럽 각국의 불균등발전이 심화되어 유럽의 정치적 통합이 정체된 시기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은행의 유럽진출과 영국금융의 세계시장 내화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독일과 프랑스는 위협을 느꼈다.
1986년부터 시작되는 금융세계화 가속화 시기는 유럽이 유가파동에 따른 충격을 일정하게 벗어나는 시기이며, 그에 따라 정치적 통합도 다시 가동되었다. 금융시장 기제가 강화되기 시작하여 미국 시티은행의 빅뱅이 있었고, 외환시장거래와 파생금융상품이 폭등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세계화는 유럽금융시장과 통화제도에 막대한 충격을 가하기도 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체결되던 무렵, 막대한 외환투기로 유럽통화제도가 파탄나고, 스위스와 노르웨이 및 프랑스의 은행이 위기에 처하였으며, 특히 프랑스는 프랑에 대한 강력한 투기를 겪었다.
3. 금융시장체계간 갈등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성립
리드(Reed, 1989)가 1980년대 국제적 통화거래량과 유로화폐 시장의 규모, 외국 금융자산의 양, 대형국제은행 본점의 수를 금융중심지로 나타내는 대표적인 변수로 사용하여 분류한 방식에 따르면, 영.미 금융시장체계를 대표하는 뉴욕과 런던은 제1차 세계금융중심지로서 세계금융체계의 통제소 역할을 했고, 프랑크푸르트와 파리, 취리히, 암스테르담 및 도쿄는 제2차 중심지로서 국가규모나 몇 개의 국가에 걸친 지대중심지의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나머지 나라들의 금융시장은 최종적인 중심지에 머물러 있었다.12)
이러한 상황에서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대륙유럽의 금융시장체계와 영국의 금융시장체계가 성격을 더욱더 달리해 감으로써 금융시장체계간 갈등이 첨예해지기 시작한 것은 금융세계화가 진전기에서 가속화기로 이행하는 시기였다. 곧 당시 북해 석유와 가스 개발을 위해 미국은행들이 영국 국내 은행부문에 침투함으로써 런던 금융시장은 미국금융시장과 더욱더 결합해 간 것이다.13) 그에 따라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대부분 대륙계 유럽국가들의 은행부문에 시행되고 있는, 국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는 은행중심제도와, 영국(미국을 포함)과 같은 앵글로색슨 계통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나라들의 은행부문에 시행되고 있는 개방적 시장중심제도 간의 갈등이 증폭되기 시작하였다.
대륙유럽계 금융시장체계의 주요 특징은 저축은행, 협동은행의 중요성이 그들을 총괄하는 중앙기관과 함께 증가하고 있으며, 또한 중소기업, 농업, 부동산과 같은 여러 부문에 자금을 제공하는 다양한 형태의 특수 금융기관들이 있고, 기업의 소유와 경영에도 상업은행들이 오랫동안 간여해 옴으로써 상업은행들은 전통적으로 기업의 구조개편활동을 포함한 제반 경영 의사결정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것이다. 반면, 앵글로색슨계 금융시장체계에서는 기업금융은 주로 자본시장이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고 대외적으로 상대적 개방성이 뚜렷했으며, 해당은행들은 기업의 경영과 효율적인 감시 등에 관여하지 못했다.14)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88년까지만 해도 은행의 부문별 소유실태가 영국에서 민간부문과 외국기관의 비율이 85.1%에 이르는 반면, 독일과 프랑스는 30%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덴마크와 네덜란드 및 스위스의 경우―민간부문의 비중이 50%를 넘지만, 외국에 대한 개방성 정도는 낮음―와 벨기에의 경우―외국에 대한 개방성과 민간부문이 상대적으로 중간정도―가 예외적이라 할 수 있으나, 개방성과 민간부문을 합하면 역시 영국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나라들은 독일 마르크의 영향에 크게 노출되어 있어 영국과 같은 조치를 선택할 수 없는 처지였다.
<표 2> 유럽은행 부문별 소유실태(1988년 총자산 기준, 단위: %) |
부문
국가 |
민간부문 |
공공부문
(중앙, 연방, 지방) |
상호신용기관4) |
외국기관 |
오스트리아 |
0.4 |
43.8 |
55.8 |
- |
벨기에 |
37.0 |
16.8 |
11.0 |
35.2 |
덴마크1) |
69.5 |
1.3 |
29.2 |
- |
핀란드 |
44.5 |
10.5 |
44.2 |
0.8 |
프랑스 |
24.2 |
42.2 |
20.2 |
13.5 |
독일 |
32.0 |
49.5 |
16.7 |
1.83) |
그리스2) |
11.0 |
83.7 |
- |
5.3 |
이탈리아 |
12.3 |
67.9 |
16.8 |
3.0 |
네덜란드 |
61.2 |
8.1 |
17.7 |
13.0 |
포르투갈 |
6.8 |
87.1 |
1.9 |
4.2 |
스페인 |
49.0 |
2.3 |
37.7 |
11.0 |
스위스 |
53.4 |
19.6 |
15.8 |
11.2 |
영국 |
31.8 |
1.0 |
14.0 |
53.3 |
주: 1) 총예금기준 2) 총여신기준 3) 외국은행지점 4) 저축은행, 협동은행, 건축조합 포함
출처: 민승화(1996), p.64. |
주요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간 “체계 갈등(battle of systems)”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갈등은 금융세계화에 대한 상이한 대응에 기인했다.15) 영국은 점차 국내화한 금융시장을 통해 EU단일금융시장의 지도적 요소가 되었고, 독일 정부는 BIS와 EU를 통해 런던시장을 넘어 공동규제 달성을 이루고자 한 반면, 프랑스는 미국 시장뿐 아니라 런던과 룩셈부르크에 근거지를 둔 일본 시장이 EU의 통합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이한 대응방식은 상술한 바와 같은 국가금융체계간 차이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했다. 미국과 함께 일찍이 시장금융체계를 수립한 영국은 세계금융시장을 국내금융체계의 일부로 수용하여 런던을 세계금융센터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의 국가금융체계는 국내 경제에서의 정치적 동의에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 세계금융시장을 내부화하는 영국의 방식을 수용할 수 없었다. 이 두 나라는 오히려 영국에 대항하는 동맹체제를 민족국가적이면서도 세계금융시장 내에서는 경쟁적인 유용한 금융체계로 보았다.16) 정치적으로도 프랑스는 유럽단일화폐의 출범으로 유럽 내에서 독일의 경제력에 의해 생기는 세력 불균형을 유럽통합이라는 틀 속에 묶어두려 했으며, 프랑스는 특히 독일의 통일로 구 동구권 국가들이 독일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함으로써, 양국은 통합의 대의에 합의할 수 있었다.
한편 여타 국가들의 경우는 금융세계화의 가속화로 인해 독일 마르크화를 중심으로 상호의존상태가 심화된 유럽금융시장체계에서 독일-프랑스 동맹을 거부할 수 없는 취약성을 가지고 있었다. 단일시장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단일시장의 모든 교역이익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열악한 경쟁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EMU를 창설하면서 EMU를 탈퇴해 자국화폐로 되돌아가는 길을 봉쇄함으로써, 가입한 국가들이 탈퇴할 경우에는 단일시장의 모든 교역이익을 포기하여 또다른 재분배 문제에 직면할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영국을 제외한 유럽공동체는 ERM의 도입에 이어 1988년에는 역내시장통합을 추진하였다. 그에 따라 시장통합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필요한 통화통합을 검토하기 위해 경제통화통합검토위원회(Delors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이 보고서는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Maastricht Treaty)의 기초가 되었으며,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유럽 단일금융시장의 형성을 위해 경제통화동맹(EMU) 창설을 명시하고 단일화폐(EURO)도입 수순을 결정하였다.17) 그에 따라 1994년 유럽통화기구(European Monetary Institute: EMI)가 설립되고 4년 후에는 유럽중앙은행제도(European System of Central Banks: ESCB)가 창설되었으며, 그 두뇌역할을 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설립되었다.
III. 유럽중앙은행(ECB)의 구조와 기능 및 그 효과와 한계
1. 유럽중앙은행(ECB)의 구조와 기능
유럽중앙은행제도(ESCB)와 관련해 참가국 중앙은행들(National Central Banks: NCBs)을 팔다리에 비유한다면 ECB는 두뇌에 해당한다. ESCB는 ECB와 15개 NCBs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중 EMU에 가입하지 않아 유로화를 도입하지 않은 영국, 덴마크, 스웨덴을 제외한 12개국 NCBs와 ECB는 따로 ‘유로체계(Eurosystem)’라 불린다. 유로체계에 속하지 않은 3개국은 유로권역(euro area)과 관련된 통화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ECB의 정책결정기구는 정책이사회(Governing Council)와 집행위원회(Executive Board)이다.18) 정책이사회는 집행위원회의 구성원들과 12명의 유로체계 NCBs 행장으로 구성되며 정책이사회와 집행위원회의 장은 ECB의 장이 맡는다.
정책이사회의 책임은 ‘유로체계’의 업무 수행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결정들을 내리고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한편, 유로권역의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ECB의 정책이사회는 또한 최우선목표로 설정된 가격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두 가지 축을 설정하여 수행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의 통화적 근원을 반영하기 위하여 통화증대에 필요한 관련 가치들을 선정.공개하는 것이 그 첫 번째이고, 중.단기적으로 가격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경제.금융 지표들의 범위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것이 그 두 번째이다.19)
집행위원회는 ECB 행장과 부행장 및 기타 4명의 위원(유로권역 국가 정부의 수장이 임명)으로 구성되며, 주요 업무는 다음과 같다:
① 정책이사회 회의를 준비,
② 정책이사회가 정한 가이드라인과 결정에 따라 통화정책을 집행하고 그를 통해 유로통화권역 국가의 중앙은행에게 필요한 지시를 내림,
③ ECB의 관할 사업을 총괄,
④ 정책이사회에 의해 위임된 권한―이 권한에는 규범제정 성격도 권한도 포함됨―을 행사.
기타 각국 중앙은행과 ECB 등 관련기구와 무관한 사항은 EU기구나 구성국가 혹은 구성국가 기구에 의해 지시가 내려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시는 유로체계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ECB의 예산은 각국 중앙은행에 의해 독자적으로 결정되고 구성원의 임기도 보장되어 있다.20) ECB의 예산중 외환시장개입에 사용되는 자금은 각국의 GDP와 인구를 기준으로 하여 설정된 ECB에 대한 NCBs의 출자자본(Capital Key)으로 충당된다. 자본출자의 비율은 독일이 전체의 약 24%를 차지하여 가장 크고, 약 17%를 차지한 프랑스가 그 뒤를 잇고 있다(<표 3> 참조).
<표 3>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의 자본출자율 |
국 가 |
자본출자율(%) |
금 액 (유 로) |
유로 회원국 |
독일 |
24.4935 |
1,224,675,000 |
프랑스 |
16.8337 |
841,685,000 |
이탈리아 |
14.8950 |
744,750,000 |
스페인 |
8.8935 |
444,675,000 |
네덜란드 |
4.2780 |
213,900,000 |
벨기에 |
2.8658 |
143,290,000 |
오스트리아 |
2.3594 |
117,970,000 |
그리스 |
2.0564 |
102,820,000 |
포르투갈 |
1.9232 |
96,160,000 |
핀란드 |
1.3970 |
69,850,000 |
아일랜드 |
0.8496 |
42,480,000 |
룩셈부르크 |
0.1492 |
7,460,000 |
합 계 |
80.9943 |
4,049,715,000 |
비유로 회원국 |
영국 |
14.6811 |
36,702,750 |
스웨덴 |
2.6537 |
6,634,250 |
덴마크 |
1.6709 |
4,177,250 |
합 계 |
19.0057 |
47,514,250 |
출처: 한국금융연구원 2003, p.233에서 재인용 |
ECB의 주요 기능은 통화, 외환, 재정의 3개 분야이다. 그러나 ECB의 최우선 정책목표는 ESCB와 마찬가지로 가격안정이며(MT21) 105조 1항), 이를 중심으로 고용증대, 비인플레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 높은 경쟁력, 회원국간 경제성과의 수렴도 추구한다(MT G조 b항 2). ECB는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통화량지표인 M3를 중간 타겟(intermediate target)으로 설정하고 있다. 즉 화폐수량이론을 이용하여 통화량의 수량적 타겟을 정해 놓고 실제 통화량수준이 준거수준을 이탈하게 되면 정책금리조정을 통하여 유동성을 조절함으로써 통화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물가안정을 꾀하고 있다.
EMU체제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한 가지는 지급결제 시스템이다. ESCB 구도에서 ECB와 NCBs 및 EU회원국 금융기관을 연결하는 범유럽통합결제(Trans-European Automated Real-Time Gross Settlement Express Transfer: TARGET) 시스템이 운용되면서 모든 유로화의 결제가 이루어진다. TARGET시스템은 EMU참가국의 실시간총액결제(Real-Time Gross Settlement: RTGS) 시스템과 ECB 결제시스템 그리고 Interlinking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RTGS는 NCBs와 각국 금융기관과의 결제를, ECB 결제시스템은 ECB와 거래 금융기관의 결제를 그리고 Interlinking 시스템은 통신망을 통해 국가간 자금이체 내용을 송수신함으로써 TARGET 시스템의 하부구조 기능을 각각 수행한다. TARGET 시스템은 EMU 참가국이 아닌 EU회원국들도 이용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국의 결제시스템 외에 별도의 RTGS 시스템이 필요하다.22)
그밖에 보고의무도 규정되어 있어, ECB는 유로체계 활동과 주별 금융(재정)상황을 4분기별로 보고해야 하고, 전년도와 당해연도의 통화정책과 활동에 관한 연례보고서를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EU경제재무장관이사회(Council of Economic and Finance Ministers: ECOFIN), EU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EU정상회의(유럽이사회: European Council)에 제출해야 한다.23)
2. 유럽중앙은행(ECB)의 구조.기능상의 효과와 한계
유로화 상용은 유로 역내 경제에서 외환중개수수료의 절감, 환차손 제거 등에 따라 교역규모 확대 그리고 자본이동 촉진을 통한 경제적 이익극대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안정성24)에 있어서도 유로화는 가격안정, 거시경제정책 형성, 유로통화권역의 금융시장 안정, 유로체계를 통해 유로통화권역에서 지불과 인프라의 안전을 증대할 것으로 기대된다.25) 특히 ECB와 관련해서는 유로 역내 환율체계인 ERM유지를 위한 NCBs의 시장개입 필요성이 사라지고 대외환율 유지 기능을 ECB가 담당하게 됨으로써 유로 회원국들의 개별적인 외환보유 필요성이 감소하게 되었다. 따라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불필요한 외환보유고가 시장에 방출될 경우, 미 달러화 가치의 하락을 가져와 국제자본시장에서의 유로화 위상이 한층 제고될 것으로 기대되었고 그것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유로화의 국제적 위상강화는 유로화의 주조이익(seigniorage) 증대를 가져와 기존의 개별국 통화가 누리지 못했던 추가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국가들의 경우에는 단기적으로 주조이익 감소를 겪게 된다. 유로체계 하에서 각국의 주조이익은 화폐발행을 기준으로 산출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GDP와 인구를 기준으로 하여 ECB에 대한 자본출자율(Capital Key)을 근거로 얻어지기 때문에 기존 자국통화의 유로지역 내 비중에 근거한 주조이익과 비교할 때 국별 이익 증감이 있을 것이다.26)
현행 ESCB시스템은 은행감독기능과 통화신용정책 기능이 상호 분리되어 있는 독일식 모형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ECB는 정책금리조정을 통해 통화량을 조절하고 지급결제시스템을 관리하며 건전성 감독자문의 기능을 수행하지만, 완전고용 수준 하에서 물가안정과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통화정책목표로 하는 일반적 중앙은행의 경우와는 상이하다. ECB의 정책목표로 물가안정만이 설정되었을 뿐, 금융시장의 안정성확보는 명시적으로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의하면, ESCB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유지와 관련된 정책에 대해 ECB에게 자문기능만 부여하고 있으며, 본국감독원칙에 따라 국별 금융감독정책의 시행은 회원국 금융감독국에 귀속시키고 있다. 그런데 겸업은행의 등장과 더불어 투자금융, 특히 파생금융상품이 증가함으로써 유럽의 금융체제에도 잠재 위험성이 증가되어 왔다. 파생금융상품 거래에 대한 미약한 통제로 인하여 고베 지진 당시 영국의 배링스(Barings) 은행이 지급불능상황에 처한 것은 이 위험을 잘 말해준다. 높은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투자은행은 역계약을 통해 포트폴리오(portfolio)를 분산한다. 그러나 투자은행에 대한 통폐합으로 계약당사자가 감소하자, 위험분산의 가능성이 줄어들어 위험도가 증가되었다. 파생금융 영역은 매우 역동적이고 파장이 막대하기 때문에 위험을 조절한 적절한 수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ECB의 현행 금융감독규정 상으로 그러한 수단은 대단히 미비한 실정이다.
증권화되어 있고 유동성이 높은 금융시장을 갖는 국가들(미국과 영국)의 경우 최종대부자의 역할을 중앙은행의 주요 정책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신용창출이 은행대출을 통한 간접금융에 전적으로 의존함으로써 유럽금융체계에서 중앙은행은 최종대부자의 역할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마스트리히트 조약도 ESCB에 최종대부자기능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ECB는 은행시스템이 유동성위기 또는 지급불능위기에 직면할 경우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법적 권한이 없다. 게다가 ECB는 금융위기의 유형을 사전적으로 탐지 혹은 모니터링하거나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도 없다.27) 이와 같이 EU내에서 금융시스템뿐만 아니라 ECB 정책 자체를 마비시킬 수도 있는 위험성에 대한 대처방안을 ECB가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유럽금융시장에서 ECB가 갖는 중대한 한계점이다.
ECB의 이러한 구조.기능상의 한계는 EMU와 ECB가 근본적으로 프랑스와 독일의 동맹에 기원을 두고 민족국가들간의 갈등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ECB가 독일 연방은행의 모델에 따라 설립되었고 자본출자율에서 뒤떨어지는 만큼 프랑스는 자국의 영향력 감소를 두려워하고 있다.28) ESCB는 모든 회원국의 중앙은행들을 독일과 같은 독립적인 중앙은행 체제로 만들고 이들을 통합한 것이지만 재정적 자율성도 보장하는 형태를 취함으로써, 각국의 재정적 협력부족으로 인한 손실과 혼란에 대한 방지에서는 취약성을 드러낸다. 이 손실과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재정정책에 있어서도 각국의 협력이 전제되어야 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재정당국도 통합되어야 할 것이나, 각국의 독립성이 제약되고 독일로의 권력 집중을 수반하는 것에 다른 국가들은 찬성하지 않았던 것이다.29) 곧 현재의 ESCB는 독일의 불만이나 헤게모니를 적절히 완화시키는 동시에 다른 회원국들에게도 일정하게 유리한 방식으로 타협된 형태라는 것이다.
IV. 유럽중앙은행(ECB)의 주요 정책과 금융세계화에 대한 대응
1. 유럽중앙은행(ECB)의 주요 정책
ECB의 주요 정책은 그 기능에 준하여 통화, 외환, 재정으로 대별된다. ECB의 통화정책은 공개시장조작 수단을 활용하면서 초단기 여수신제도인 상시유동성조절장치(standing facilities)를 보완적으로 운용한다. 공개시장조작은 만기 2주일물의 환매조건부채권매매(RP) 방식으로 매주 자금을 공급하는 단기자금공급조작과 만기 3개월물의 RP방식으로 매월 자금을 공급하는 장기자금공급조작, 금리안정화와 시장의 유동성 조절을 위해 금융시장에 수시로 개입하는 미조정 조작, 금융기관의 구조적 자금과 그 부족을 조정하기 위한 구조적 자금조정 조작의 4가지 형태로 운용된다.30) 그리고 초단기여수신제도는 NCBs가 자국내 금융기관의 예상치 못한 유동성 과부족을 일별로 조절해 주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외환정책과 관련해 ECB는 EU경제재무장관이사회가 마련한 일반지침에 따라 실제운용을 맡아 외환시장 개입 여부를 결정한다. 외환시장 개입의 재원은 참가국들이 자본출자율에 따라 출자한 역외국 통화 또는 금으로 충당된다. 각 참가국들은 물론 자체적으로 외환을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참가국들의 외환거래는 환율안정과 단일통화정책에 대한 신뢰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ECB 정책이사회의 지침에 따라야 하며 외환시장 개입도 ECB의 요청이 있을 때 가능하다. EU회원국중 EMU 미참가국과의 환율안정을 위해 신환율조정기제(ERM II)가 도입되었으며, 그 가입여부는 미참가국의 자율에 맡겨진다. 유러화와 비유로화의 중심환율과 변동허용폭의 결정도 ECB의 과제이다.
EMU 참가국의 재정정책은 통화 및 외환정책과는 달리 독자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다만 무절제한 재정운용으로 EMU의 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제한장치를 두고 있다. 우선 과도한 재정적자의 금지를 비롯해 특정 국가의 재정적자를 보전(補塡)하기 위한 다른 참가국 또는 EMU 차원의 지원을 금했다. 특히 ECB나 참가국 중앙정부가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신용대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1996년 12월 더블린 EU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재정안정과 성장협약에 따르면, 재정적자가 안정협약의 기준 이상으로 악화될 경우 EU집행위원회는 재정적자의 일정 비율을 무이자로 예치케 하고, 이 예치금을 범칙금으로 몰수할 수 있도록 했다. 특정 연도 재정적자 비율이 3%보다 클 경우 다음 해 말까지 자구노력을 하도록 경고하고, 이 때가 되어도 재정적자의 폭이 줄어들지 않으면 제재조치에 들어가도록 했다. 즉 GDP의 0.2% + (재정적자의 10% - GDP의 0.3%)를 집행위에 무이자로 예치(최고 예치한도는 GDP의 0.5%)하고 이후 다시 1년 뒤에도 그 폭이 줄어들지 않을 경우 이 예치금은 몰수된다.31)
ECB는 최우선 정책목표인 물가안정과 관련하여 두 가지 전략을 구사하는데, 인플레이션과 통화량 정책이 그것이다. 그러나 ECB는 엄격한 인플레이션 규정을 따르지는 않으며, 인플레이션율의 차이를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되기도 한다.32) 현재의 차이는 실질환율 적용을 위한 기제이며, 일정한 평균이상의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실질소득 성장과 적절한 거시경제적 적응의 길이라는 것이다. 스페인 등 평균 이상의 인플레이션 국가는 적자가 더 커졌고 투자 생산성이 낮아 재정정책 사용을 통해 경제가 후퇴할 수 있으므로 긴축재정을 펴야 하지만, 아일랜드 등 그 반대 상황의 국가들은 재정흑자가 많음에도 투자수요가 높고 성장이 유지되므로 오히려 재정을 풀어야 할 것이라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33)
전체적으로 볼 때, ECB는 ‘혼합규칙(hybrid rule)’으로 가장 적절한 인플레이션 정책을 폈다고 평가된다. 코어 인플레이션과 예상 인플레이션에 매우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1999년에는 코어 인플레이션이 하락 추세여서 통화정책이 느슨했었던 반면, 같은 해 11월부터는 예상인플레이션이 급상승하여 상대적으로 온건한 이자율 증가 정책을 사용하였다.34) 2000년의 경우, 12월에 인플레이션 헤드라인이 실제 2.6%였지만, 코어 인플레이션은 1.5%였고 2001년 예상인플레이션도 목표치(헤드라인) 안에 있었다.35) 그 이후 2003년에 이르기까지 실제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으로 2%대를 유지하였으며,36) 2004년에도 2%에 육박하나 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37)
2. 금융세계화에 대한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의 성과와 한계
EMU와 ECB는 금융세계화에 대한 유럽적 대응의 소산으로 형성되어 금융시장체계간 갈등의 형태로 출현하였다. 따라서 ECB의 정책도 금융세계화라는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그중 금융세계화가 ECB의 정책에 미친 영향은 일반 중앙은행에 미친 영향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금융세계화가 일반 중앙은행에 미친 영향은 다음과 같다.38) 첫째, 기업금융부문에서는 은행의 민간부문으로의 대출이 장기대출일수록 금융부문에 시간적 지체를 통해 금리변동의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금리를 통한 정책효율성이 약해지고 있다. 둘째, 금융세계화로 인해 금융기관은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자본을 용이하게 조달할 수 있게 되었다. 그에 따라 이제는 금융세계화로 인하여 중앙은행들도 콜금리 경쟁을 하고 있다.39) 이런 이유로 환율과 다른 중앙은행의 정책은 각국 중앙은행 정책의 중요한 변수가 되었으며, 금융세계화로 개별 민간은행은 자국 중앙은행정책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율성이 커지고 있다. 셋째, 금융자유화로 인해 투자금융분야가 활성화되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과 채권의 대체성이 증대되었다. 그에 따라 기업은 대출뿐만 아니라 채권발행을 통해서도 자금을 직접 조달하거나, 금융기관을 바꾸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어, 통화량을 조절하는 중앙은행정책의 영향력은 감소되고 있다. 넷째, 투자금융의 활성화로 금융기관은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으며, 이러한 금융기관수입원의 변화는 중앙은행의 정책실효성을 저하시키고 있다. 다섯째, 투자금융의 활성화로 금융기관은 포트폴리오를 많이 고려하게 되었다. 중앙은행은 일반 금융기관의 포트폴리오 효과에 대한 계량적 분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은 의도하는바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금융세계화의 영향에 놓인 ECB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기대는 출범 초기에 대체적으로 회의적이었는데, 직접적으로 그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40) 첫 번째는 시장 참가자들이 ECB의 통화정책전략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특히 정치적 비독립성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실제 가입조건 결정에서도 정치가 큰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초대 유럽중앙은행장 선출에서도 프랑스와 독일간의 정치적 갈등이 작용했었다. 두 번째는 ECB가 시장의 회의를 해소할만한 가격안정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성과(track record)를 보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유로화 도입 1주년에 즈음하여 “축하할 일도 슬퍼할 일도 아니다”41)라고 한 펠드스틴(Feldstein)의 말은 이러한 점에 대한 지적이었다.
펠드스틴42)은 또한 유럽중앙은행의 정책을 평가하면서, 단일화폐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실업과 인플레이션은 장차 더욱 커질 것이며 유럽과 미국의 갈등뿐 아니라 유럽내부의 갈등도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더 나아가 그는 유로권이 최적통화권역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최적통화권역은 노동시장과 생산시장이 유연한 지대로서 노동이 지역간에 유동적이고 중앙금융기구가 자동적으로 금융이전을 통해 상호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은 미국에는 적용되나, 유럽에서는 임금이 유연하지 못하고 노동은 언어, 관습, 법률 등에 의해 많은 제약을 받고 있으며, 재정이전 또한 미국의 40%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는 것이다. ECB의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와 같은 강대국에 적합할 뿐이라는 것이다. 1999년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오히려 스페인, 포르투갈 및 아일랜드와 같은 약소국에게는 지나친 팽창 정책으로 판단될 수도 있다고 한다.
ECB가 엄격한 정책을 펼 경우 경제약소국의 실업률은 더욱 증가할 것이며, 대부분의 실업이 구조적 실업이라는 유럽의 여건을 감안할 때 이는 사실 매우 심각한 양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ECB가 이런 상태로 낮은 인플레이션 정책에 머문 채 높은 실업률을 유지하는 정책을 고수한다면, 많은 유럽 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많은 국가들이 유럽시장외부로부터의 자본유입을 거부하는 보호주의 정책을 펴게 될 수 있다. 유럽국가들이 미국 농산물의 수입을 거부하고 프랑스가 영국 소고기의 수입을 꺼리는 것이 그 예이다.43)
V. 결론
유럽의 금융시장통합과 화폐통합은 금융세계화에 따른 유럽의 대응이자 자유주의적 금융시장체계를 확립해 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질적으로 도약한 단계는 유로 단일화폐의 도입이었다. EMS가 도입될 당시에는 미국 금융시장체계의 헤게모니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자유화와 세계화를 통한 미국과 유럽의 금융시장체계간 갈등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유로달러시장이 성장한 이후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영국이 미국 금융시장체계의 세계화에 대한 대응으로서 국제금융시장체계를 국내화하여 시장금융체계를 확립한 반면, 국가금융체계의 기존 조건으로 인해 영국과 같은 길이 용이하지 않았던 독일과 프랑스가 영국의 헤게모니에 대항하는 새로운 동맹체제를 형성한 것이다. 따라서 1980년대 중후반 이후 유럽의 금융시장은 영국과 미국의 금융시장체계와 이에 대항하는 독일과 프랑스의 동맹체제가 경쟁하는 장이 되었다.
물론 독일과 프랑스를 주축으로 한 유럽 금융시장 통합의 방향도 역내 시장에서는 자유주의적 금융체계의 형성으로 진행되었다. 유럽통합의 신자유주의적 기조를 반대하던 사민주의 정당들도 1990년대 이후에는 자유화와 세계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독일과 같은 경우는 더욱 적극적으로 통화통합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이 배제된 상황에서 유로화권역의 헤게모니는 다시 강세통화인 마르크의 금융시장체계로 귀결되었다. 이는 ECB가 독일 연방은행의 체계를 전범으로 설립되었고, 독일의 자본출자율이 전체의 약 24%를 차지하며, 가입을 위한 경제적 수렴조건 결정에서도 독일의 영향력이 컸던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그러나 이것은 동맹체제가 이미 암시하고 있듯이 동맹체 내에 갈등을 잉태한 출발이었다. 정치적 중립을 이상으로 했던 ECB의 위상은 초대 은행장의 선출에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으며, 국가 중앙은행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의 약한 기능과 권한을 위임받는 데 그쳤다. 유로가 등장함에 따라 ECB가 유럽에서의 통화정책을 담당하고 있지만, ECB는 금융세계화로 인한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금융감독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 유럽의 금융기관은 본국감독원칙에 의해 ECB의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통합된 유럽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찾을 수 있다. 더욱이 재정권한이 각국 정부에게 여전히 귀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불안정성의 해소는 결코 용이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금융세계화의 조건에서 유럽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한 ECB의 역할은 여전히 독일 금융시장체계의 작동여부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프랑스의 견제뿐만 아니라, 각 회원국들의 불균등발전이 심화될 경우 이 국가들의 도전과 압력에 직면한다고 할 수 있다.
▣ 참고문헌
김균.문우식, 『유럽통화동맹의 경제이론과 역사』, 서울: 법문사, 1997.
김인철, 『국제금융경제학』, 제2개정판, 서울: 박영사, 2000.
남영우.이희연.최재헌, 『경제.금융.도시의 세계화』, 서울: 다락방, 2000.
민승화, 『변모하는 유럽은행과 단일금융시장』, 서울: 문원, 1996.
백창재, “미국의 패권과 제한적 자유주의 질서,” 국제정치경제연구회(편저), 『20세기로부터의 유산』, 서울: 사회평론, 2000.
신상기, 『국제금융시장』, 서울: 무역경영사, 2003.
이장훈, 『유러화의 출범과 21세기 유럽합중국』, 서울: 자연사랑, 1998.
임준환, 『유로화 도입과 유럽 금융제도의 변화』, 서울: 한국금융연구원, 1999.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 동향과 구조변화』, 주간 국제금융동향 특집.논단모음집 2002, 2003.
Bank of England, “The interest rate, transmission mechanism in the United Kingdon and Overseas,” Quarterly Bulletin, 30 (Bank of England, 1990).
Chesnais, Francois, “총론,” in F. Chesnais(ed.), 서익진(역), 『금융의 세계화』, 서울: 한울, 2002.
_________________, “금융 세계화와 체계상 취약성,” in F. Chesnais(ed.), 서익진(역), 『금융의 세계화』, 서울: 한울, 2002.
Dale, Spencer and Andrew Haldane, “Bank behavior and the monetary transmission mechanism,” Quarterly Bulletin, 33 (Bank of England, 1993).
Duisenberg, Willem F., “Der Beitrag des Euro zur Finanzstabilitat,” in Ch. Randzio-Plath(ed.), Zur Globalisierung der Finanzmarkte und Finanzmarktstabilitat: Herausforderungen fur Europa, (Baden-Baden: Nomos Verlagsgesellschaft), 2001.
________________________, ECB Press Conference(10 July 2003), http://www.ecb.int/key/03/sp030710.htm(검색일: 2003. 7. 15).
ECB(European Central Bank), The Monetary Policy of the ECB, 2001.
Feldstein, Martin, “The European Central Bank and the EURO: The First Year,”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Working Paper 7517 (2000).
Goodman, John and Louis Pauly, “The Obsolescence of Capital Controls?: Economic Management of Global Marktes,” World Politics, 46(1993).
Issing, Otmar, “ECB Watchers Conference: The evaluation of the strategy,” Opening Remarks(11 July 2003), http://www.ecb.int/key/03/sp030711.htm(검색일: 2003. 7. 15).
Kriener, Eberhard, Wettbewerbliche Veranderungen im Bankensektor und ihre Auswirkungen auf die Geldpolitik der EZB, (Wiesbaden: Deutscher Universitat-Verlag), 2002.
Lamfalussy, Alexandre, “Die finanzielle Globalisierung und Fragilitatsprobleme,” in Ch. Randzio-Plath(ed.), Zur Globalisierung der Finanzmarkte und Finanzmarktstabilitat: Herausforderungen fur Europa, (Baden-Baden: Nomos Verlagsgesellschaft), 2001.
Mayer, Thomas, “The ECB’s Policy: The View from the Market,” EUI Working Paper RSC No. 99/27 (1999).
MECB(Monitoring the European Central Bank), Defining a Macroeconomic Framework for the Euro Area, Monitoring the European Central Bank 3 (2001).
Reed, H. C., “Financial center hegemony, interests rates, and the global political economy,” in Y. S. Park & N. Essayyad(eds.), International Banking and Financial Centers, (Boston, MA: Kluwer Academic), 1989.
Story, Jonathan and Ingo Walter, Political Economy of Financial Integration in Europe: The Battle of the Systems, (Cambridge, MA: MIT Press), 1997.
Strange, Susan, Casino Capitalism, (Oxford, et al.: Blackwell), 1986.
Treaty on European Union.
<각 주>
* 이논문은2002년한국학술진흥재단의지원에의하여연구되었음(KRF-2002-072-BS2012).
1) 신상기, 『국제금융시장』(서울: 무역경영사, 2003), pp.27-8.
2) 물론 유럽통합을 둘러싼 국내적 요인인 노자간 갈등과 사민주의-보수주의 정당가족간 갈등도 존재했다. 그러나 이 갈등은 유럽통합이나 통화통합의 전개 과정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곧 통합에 관한 동의구조를 형성했다는 점을 들어 고찰대상에서 제외했다.
3) 김균.문우식, 『유럽통화동맹의 경제이론과 역사』 (서울: 법문사, 1997), pp.24-5.
4) 김균.문우식(1997), p.29.
5) 김균.문우식(1997), pp.32-3.
6) Alexandre Lamfalussy, “Die finanzielle Globalisierung und Fragilitatsprobleme,” in Ch. Randzio-Plath(ed.), Zur Globalisierung der Finanzmarkte und Finanzmarktstabilitat: Herausforderungen fur Europa (Baden-Baden: Nomos Verlagsgesellschaft, 2001), pp.11-2.
7) 남영우.이희연.최재헌, 『경제.금융.도시의 세계화』 (서울: 다락방, 2000), pp.214-5.
8) 이 시기의 국제금융시장의 성장에 관해서는 Susan Strange, Casino Capitalism (Oxford, et al.: Blackwell, 1986) 참조.
9) 백창재, “미국의 패권과 제한적 자유주의 질서,” 국제정치경제연구회(편저), 『20세기로부터의 유산』 (서울: 사회평론, 2000), p.56; John Goodman and Louis Pauly, “The Obsolescence of Capital Controls?: Economic Management of Global Marktes,” World Politics, 46(1993), pp.50-82 참조.
10) 유로달러시장 혹은 유로통화시장이라고 말할 때 유로(Euro)라는 접두어는 유럽과는 관계없이 역외(offshore) 또는 집시(gypsy)라는 뜻으로 통용되었다. 때문에 뜻을 명확히 하기 위해 ‘Euro’ 대신 ‘Xeno’라는 접두어를 사용하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신상기(2003), p.116〕. 여기에서는 이와 같은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유로화폐가 통용되는 금융시장은 유로화금융시장이라고 칭하고 유럽의 금융시장은 유럽금융시장이라 부르기로 한다.
11) 신상기(2003), pp.164-5.
12) 남영우.이희연.최재헌(2000), p.235.
13) 영국의 외국은행 수는 1967년 113개, 1973년 280개, 1974년 349개로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 Jonathan Story and Ingo Walter, Political Economy of Financial Integration in Europe: The Battle of the Systems (Cambridge, MA: MIT Press, 1997), p.231.
14) 민승화, 『변모하는 유럽은행과 단일금융시장』 (서울: 문원, 1996), pp.61-2.
15) Story & Walter(1997), p.275.
16) Story & Walter(1997), pp.275-6.
17) 이장훈, 『유러화의 출범과 21세기 유럽합중국』 (서울: 자연사랑, 1998), pp.23-4.
18) ECB(European Central Bank), The Monetary Policy of the ECB (2001) 참조.
19) ECB(2001), p.7.
20) 물론 초대 유럽중앙은행장의 경우는 프랑스와 독일의 갈등으로 인해 첫 임기를 양국이 추천하는 두 사람이 절반씩 순번으로 맡았다. 초대 유럽중앙은행장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서는, 이장훈(1998), pp.63-8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21) Maastricht Treaty(Treaty on European Union).
22) 김인철, 『국제금융경제학』 제2개정판 (서울: 박영사, 2000), p.242; 이장훈(1998), p.90.
23) ECB(2001), p.12.
24) 통화가치안정성이 일반 가격수준의 안정 혹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이 없는 상황이라고 명확히 규정되는 반면, 금융안정성은 단순하게 규정할 수는 없으나, 일반적으로 금융체계를 구성하는 핵심적 요소들의 기능이 원활한 상태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Willem F. Duisenberg, “Der Beitrag des Euro zur Finanzstabilitat,” in Ch. Randzio-Plath(ed.), Zur Globalisierung der Finanzmarkte und Finanzmarktstabilitat: Herausforderungen fur Europa (Baden-Baden: Nomos Verlagsgesellschaft, 2001), p.42.
25) Duisenberg(2001), p.45.
26)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 동향과 구조변화』, 주간 국제금융동향 특집.논단모음집 2002(2003), pp.232-3.
27) 임준환, 『유로화 도입과 유럽 금융제도의 변화』 (서울: 한국금융연구원, 1999), pp.19-20.
28) 초대 은행장의 선출에서 나타난 프랑스와 독일의 갈등도 그 한 방증이라 할 수 있다.
29) 김균.문우식(1997), p.195 참조.
30) 이장훈(1998), pp.74-5.
31) 이장훈(1998), p.77.
32) MECB(Monitoring the European Central Bank), Defining a Macroeconomic Framework for the Euro Area, Monitoring the European Central Bank 3 (2001), p.xv.
33) MECB(2001), p.xv.
34) MECB(2001), p.xv.
35) MECB(2001), p.xv.
36) Otmar Issing, “ECB Watchers Conference: The evaluation of the strategy,” Opening Remarks(11 July 2003), http://www.ecb.int/key/03/sp030711.htm(검색일: 2003. 7. 15).
37) Willem F. Duisenberg, ECB Press Conference(10 July 2003), http://www.ecb.int/key/03/sp030710.htm(검색일: 2003. 7. 15).
38) Eberhard Kriener, Wettbewerbliche Veranderungen im Bankensektor und ihre Auswirkungen auf die Geldpolitik der EZB (Wiesbaden: Deutscher Universitat-Verlag, 2002), p.223, pp.235-44; Spencer Dale and Andrew Haldane, “Bank behavior and the monetary transmission mechanism,” Quarterly Bulletin 33 (Bank of England, 1993), p.482.
39) Bank of England, “The interest rate, transmission mechanism in the United Kingdon and Overseas,” Quarterly Bulletin 30 (Bank of England, 1990), p.199.
40) Thomas Mayer, “The ECB’s Policy: The View from the Market,” EUI Working Paper RSC No. 99/27 (1999), p.3.
41) Martin Feldstein, “The European Central Bank and the EURO: The First Year,”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Working Paper 7517 (2000), p.11.
42) Feldstein(2000), pp.5-6.
43) Feldstein(2000), p.10.